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재키 쿠건 2

서커스

찰리 채플린이 쓴 '나의 자서전'에서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는 작품이 있다. 바로 1928년에 만든 '서커스'(The Circus, 1928년)다.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제작에 얽힌 진절머리나는 기억 때문이다. 채플린은 이 작품 제작 당시 안팎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키드'를 촬영하며 만난 두 번째 부인 리타 그레이와 결혼 생활이 파경을 맞아 이혼소송 중이었다. 8개월간 이어진 이혼 소송으로 촬영이 중지됐고, 리타 그레이에게 빼앗길까봐 필름을 숨겨야 했다. 뿐만 아니라 촬영 9개월째 커다란 화재가 발생해 세트가 모두 타버렸다. 어렵게 재개한 촬영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엔딩에 나오는 마차를 몽땅 도둑맞는 일도 발생했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으며 채플린은 심신이 모두 지쳐버렸다. 그러니 이 ..

키드

위대한 영화인 찰리 채플린이 작가인 구베르너 모리스와 논쟁이 붙은 적이 있다. 당시 채플린은 그의 명작 '더 키드'(The Kid, 1921년)를 눈물과 웃음이 섞인 드라마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자 모리스가 즉각 반기를 들었다. 모리스는 "형식은 순수해야 한다. 희극이면 희극, 드라마면 드라마 하나를 택해야지, 두 개를 섞는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며 "두 개를 섞으면 한 쪽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채플린은 형식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키드'를 "슬랩스틱과 감성이 섞인 드라마"로 만들었다.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작 '키드'는 그렇게 해서 웃으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영화로 태어났다. 김영사에서 번역출간한 '찰리 채플린 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