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재희 2

싸움의 기술

신한솔 감독의 '싸움의 기술'(2006년)은 배우 백윤식의 만만치 않은 연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독서실에 은둔중인 싸움의 고수 오판수 역을 맡아 특유의 가라앉는 음성과 묵직한 연기로 독특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슬며시 배어나오는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는 학교에서 불량배들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고등학생이 싸움의 고수를 만나 실전 기술을 배우면서 불량배들을 물리친다는 다소 무협지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얼핏 보면 요란한 액션활극 같지만 실제로 액션은 많이 나오지 않고 나약한 학생이 강해지기까지 겪게되는 갈등과 공포 등 심리 묘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당연히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늘어질 수 밖에 없는 점이 영화의 약점이다. 반면 영화를 느긋하게 즐길 자세가 되었다면 '하이눈' 등..

빈 집

'빈 집'(2004년)은 김기덕 감독의 작품치고 퍽이나 얌전하다. 우선 피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잔혹하거나 가학적 장면도 별로 없다. 그런 점에서 '섬'이나 '나쁜 남자'처럼 김기덕 감독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영상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도 예전 작품들처럼 범상치 않은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여기 등장하는 주인공 태석(재희)은 빈 집만 골라다니며 마치 자기 집처럼 숙식을 하고 빨래까지 해주는 특이한 인물이다. 폭력적인 남편에게 시달리는 여자 선화(이승연)도 그를 따라다니다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인물로 흔치 않은 캐릭터다. 이처럼 독특한 인물이 만나서 한 집에 유령처럼 동거를 하는 내용은 판타지에 가깝다. 현실을 다루면서도 결코 현실 같지 않은 기이한 느낌을 주는 점이 김기덕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