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전원주 2

별들의 고향(블루레이)

영화 감독 이장호와 소설가 최인호에게 항상 따라붙는 작품이 있다. 바로 '별들의 고향'(1974년)이다. 호스티스 생활을 하던 경아라는 여인을 통해 1970년대 도시인의 부조리하고 공허한 삶을 다룬 이 작품은 우리 대중문화의 획을 그은 작품으로 꼽힌다. 이 소설을 1972년 조선일보에 연재하며 주목을 받은 최인호는 이후 대표적 대중소설가로 부상했고, 이를 영화로 만들어 감독 데뷔한 이장호는 70년대 우리 대중영화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 됐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원죄를 갖고 있다. 70년대 초반 우리 영화는 외화 쿼터를 확보하기 위해 땜빵으로 대충 만들던 관행이 강했으나, 이 작품이 흥행하며 제대로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1974년 개봉한 이 작품의 흥행 성적은 46만6,0..

나에게 오라

김영빈 감독의 영화 '나에게 오라'(1996년)는 한국적 풍취를 제대로 살린 빼어난 토속 느와르다. 예전에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DVD나 블루레이가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최근 UEK에서 DVD로 출시됐다. 소설가 송기원이 1994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두 청년의 방황과 꿈을 다뤘다. 외양은 고교 친구들의 성장 드라마이지만, 내면에는 새마을 운동으로 대표되는 1970년대 개발 붐을 타고 벌어지는 잇권 다툼 속에 희생되는 개인 등 시대적 아픔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이 높게 평가받을 만한 점은 뛰어난 사실성이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초가집과 어수선한 시골 장터 풍경, 대보름에 벌어지는 횃불 싸움 등 여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