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전혜진 2

사도

이준익 감독의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한(恨)과 정(情)이다. 원망과 분노가 응어리진 것이 한이라면 끈끈한 정서적 유대와 따뜻한 인간애가 버무려진 것이 곧 정이다. 우리네 민족 정서이기도 한 한과 정은 그의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 관계 속에 곧잘 표출된다. '왕의 남자'에서 공길 일행이 빚는 갈등과 '님은 먼 곳에'에서 시어머니 구박 속에 버티던 며느리가 남남 같은 남편을 찾아 월남으로 떠난 것도 기실 따져 보면 한과 정 때문이다. '라디오스타'에서 매니저와 한물 간 스타의 관계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번에 내놓은 '사도'(2015년)도 마찬가지다. 비정한 아비가 된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사실을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해 끈끈하게 그려낸..

영화 2015.09.26

더 테러 라이브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김병우 감독의 '더 테러 라이브'(2013)는 만화에 가까운 영화다. 라디오 생방송 중 걸려 온 한 통의 전화가 실제 마포대교를 동강내는 폭탄 테러로 이어지면서 범인과 방송기자가 생방송으로 벌이는 긴박한 대결을 다룬 내용이다. 군더더기 없이 초반부터 바로 전화가 걸려 오며 위기로 몰아가는 상황은 긴박하게 전개돼 긴장감을 끌어 올린다. 하지만 이 같은 긴장감은 리얼리티를 상실하며 후반에 급속도로 꺾어진다. 이 작품의 경우 중요한 것은 실감이다. 공상과학영화나 판타지가 아닌 드라마를 지향한 이상 얼마나 사실적이냐에 따라 몰입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텐데, 이 작품은 최대 핵심인 리얼리티를 놓쳤다. 흥미 위주로만 흐르다 보니 실제 방송 보도나 폭탄 테러의 사실성은 모두 오락성 아래 묻혀 버..

영화 2013.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