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정두홍 6

짝패

류승완 감독의 액션영화 '짝패'(2006년)를 보면 그가 어지간히 액션물에 한이 맺힌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연출만으로 모자라 직접 주연을 맡아 붕붕 날라다닌다. 어려서부터 액션물을 자양분 삼아 영화의 꿈을 키운 사람답게, 과거 액션물의 전형적인 구조와 스타일들이 녹아 들어가 여기저기 번뜩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 속에서 류승완 감독은 자기 색깔을 제대로 냈는 가 하는 점이다. 정두홍 무술감독과 콤비를 이뤄 선보인 액션은 요란하고 현란하지만 익히 봐왔던 액션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류 감독은 DVD에 실린 음성해설에서 어떤 영화들을 참고했는 지 솔직하게 밝혔다. 그만큼 액션의 기시감은 이 영화의 신선도를 떨어 뜨린다. 더불어 '죽거나 나쁘거나' '다찌마와 리'로 각..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SE)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은 본격적인 만주 활극이다.만주를 무대로 서부극의 구조를 그대로 따온 영화라는 뜻.내용이나 형식을 보면 사실상 이탈리아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에 대한 오마주 성격이 짙다.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위대한 걸작 '석양의 무법자' 원 제목인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서 마지막만 살짝 'The Weird'로 바꾼 제목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이 숨겨 놓은 금화가 청나라의 보물로 바뀌는 등 여러 곳에 '석양의 무법자'를 따라간 흔적이 역력하다.특히 세 명의 주인공이 막판 대결을 벌이는 엔딩은 영락없는 '석양의 무법자'의 샌드힐 묘지 결투다.이 장면에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특기인 눈만 커다랗게 잡는 ..

태극기 휘날리며 (SE)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를 보면 '친구' '형사'를 찍은 황기석 촬영감독이 생각난다. '태극기...'를 보고 강남의 사무실로 그를 찾아간 적이 있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 영화는 멀미가 날 정도로 어지러운 이유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온 유학파인 그는 대뜸 실크 스크린 때문이라고 했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보통 부드러운 영상을 얻기 위해 실크 스크린으로 햇빛을 걸러내면서 촬영한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물론이고 '게이샤의 추억' 같은 영화는 엄청난 야외 세트를 몽땅 실크 스크린으로 덮었다. 그런데 국내에는 엄청난 크기의 실크 스크린이 없다. 돈 때문이다. 당시 가장 큰 실크 스크린은 황기석 감독이 갖고 있던 40미터짜리였단다. 40미터..

달콤한 인생 (감독판)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2005년)은 누아르를 표방한 액션물이다. 그러나 사나이의 우수가 짙게 깔린 멋이 있는 정통 프랑스 누아르보다는 암흑세계의 조폭들이 풍기는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홍콩 누아르에 가깝다. 전작인 '장화, 홍련'처럼 미술과 촬영에 공을 들여 영상이 수려하다. 아울러 달파란, 장영규 등이 참여한 음악도 좋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극장판과 달리 일부 영상이 수정됐다. 김 감독이 좀 더 스피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극장판의 일부 장면을 드러내고 새로운 영상을 집어넣었으며 음악도 더 추가했다. 그렇지만 많은 부분이 바뀐 것이 아니어서 극장판과 큰 차이가 없다. 화질은 아쉬움이 남는다. 윤곽선이 두텁고 원경, 중경은 또렷하지..

바람의 파이터

양윤호 감독의 '바람의 파이터'(2004년)는 일본에서 극진 가라데를 창설하고 전 세계를 돌며 무술 고단자들과 대결을 벌인 최배달의 젊은 날을 다루고 있다. 방학기의 만화 '바람의 파이터'가 원작. 영화는 최배달이 일본에 밀항해 갖은 수모를 당한 끝에 산속에 들어가 혼자 무술을 연마하고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그때부터 그는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도장 격파에 들어간다. 전국 유명 도장을 돌며 무술인들과 싸움을 벌였던 것. 그렇게 이름을 날린 그는 훗날 자신의 경험을 살려 극진 가라데를 만든다. 젊은 날의 최배달을 연기한 양동근은 얼핏 보면 안 어울릴 것 같은데 그럭저럭 잘 소화했다. 싸움 장면도 그럴듯하게 처리를 해서 그런대로 볼 만하다. 예전 이 영화의 일본 현지 촬영을 취재 간 적이 있는데, 제작 현장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