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제임스 맨골드 4

로건(블루레이)

제임스 맨골드(James Mangold) 감독의 '로건'(Logan, 2017년)은 절대 죽지 않고 늙지 않으며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초영웅의 공식을 깬 영화다. 주인공은 엑스맨에서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적을 무찌르던 무적의 싸움꾼 울버린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더 이상 예전의 울버린이 아니다. 늙고 병들어 지친 노인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름도 울버린이 아닌 로건(휴 잭맨 Hugh Jackman)이다. 로건은 초영웅이 아닌 피곤에 지치고 회한에 가득 찬 뒷모습을 보이는 노인의 이름이다. 근근이 우버 기사로 연명하며 치매에 걸린 자비에(패트릭 스튜어트 Patrick Stewart) 교수를 돌보는 로건은 돌연변이가 멸종된 세상에서 비범한 능력을 지닌 소녀 로라(다프네 킨 Dafne Keen)를 ..

더 울버린 (블루레이)

울버린은 더 많은 나라에 엑스맨 시리즈를 팔기 위한 상술에서 출발했다. 마블코믹스는 엑스맨 시리즈의 인기가 하락하자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한 캐릭터를 연구한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울버린이다. 울버린은 캐나다와 미국 등지에 사는 오소리과의 작은 동물로, 체구는 작지만 맹렬하게 덤비는 사나운 짐승이다. 이를 토대로 만든 원작만화의 울버린은 160cm의 단신이지만 무시무시한 강철 손톱이 튀어나오는 맹수같은 존재로 묘사됐다. 울버린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만화는 뜻밖에도 헐크였다. 1974년 10월 '인크레더블 헐크' 만화책 마지막 페이지에 깜짝 등장했는데, 당시 헐크 시리즈는 새로운 캐릭터의 반응을 보기 위한 시험 무대였다. 이후 울버린은 엑스맨 시리즈에 등장하다가 1982년 크리스 클레어몬트가 글을 쓰..

나잇 & 데이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영화 '나잇 & 데이'(Knight & Day, 2010년)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오락물이다. 잘 생긴 첩보원과 미녀가 만나 악당들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내용. 이미 톰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라는 스타의 만남만으로도 한 수 접고 들어간다. 그들의 전작인 '미션 임파서블'과 '미녀 삼총사' 때문에 두 사람이 보여줄 액션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 이를 의식한 듯 제작진은 철저하게 때려부수는 액션에 집중한다. 심각한 메시지와 복잡한 드라마투르기는 기름기를 걷어내듯 싹 배제했다. 제작진은 이를 위한 장치로 편리하게도 약물을 도입했다. 느닷없이 비약하는 이야기를 위해 먹으면 정신을 잃는 약물을 도입했다. 눈 떠보니 달라진 세상, 달라진 이야기에 대한 설명을 그저 약물 하나로 ..

영화 2010.06.25

3: 10 투 유마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3: 10 투 유마'(3: 10 to Yuma, 2007년)는 특유의 비장미가 물씬 풍기는 잘 다듬어진 서부극이다. 3시 10분까지 유마로 죄수를 호송해야 하는 임무를 띤 주인공의 외로운 싸움을 다룬 이 작품은 정의의 사나이가 모든 것을 거머쥔다는 미국식 서부극보다는 허무한 폭력과 싸움의 처절한 뒤 끝을 강조한 점에서 스파게티 웨스턴에 가깝다. 엘모어 레너드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무엇보다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탁월하다.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서 마지막 희망으로 죄수 호송을 선택한 주인공, 선과 악을 넘나들며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악당,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악당에 대한 동경이 교차하는 아들 등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선을 정교하게 그려내 보는 이를 끌어들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