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제임스 우즈 5

카지노(4K 블루레이)

마틴 스콜세지는 드라마에 강하다. 그가 만든 '좋은 친구들' '성난 황소' '갱스 오브 뉴욕' 등의 작품을 보면 이야기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만큼 줄거리를 탄탄하게 잘 만들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있다. '카지노'(Casino, 1995년)도 마찬가지. 1970년대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주름잡던 실제 갱들의 실화를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3시간의 상영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후딱 지나간다. 위대한 실화의 힘도 있지만 이야기의 완급을 적절히 조절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공이 가장 크다. 로버트 드 니로, 조 페시, 샤론 스톤, 제임스 우즈 등 호화 배역진의 개성있는 연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라스베이거스가 무대인 만큼 화려한 스타 못지 않게 다채로운 의상도 볼거리. 국내 출시된 4K 타이..

스트로우 독스 : 어둠의 표적 2011 (블루레이)

샘 페킨파 감독의 '어둠의 표적'(Straw Dogs, 1971년)은 숨겨진 걸작이다. 약자의 분노를 통해 표출되는 인간 내면의 숨겨진 폭력성을 긴장감있게 묘사했다. 그만큼 이를 리메이크한 로드 루리 감독의 '스트로우 독스 : 어둠의 표적 2011'(Straw Dogs, 2011년)도 어느 정도 기대했다. 워낙 원작이 훌륭한 만큼 반 정도만 따라가도 괜찮은 작품이 될 것 같았기 때문. 그런데, 기대에 부응은 커녕 너무 실망스럽다. 그저 배경과 시대, 배우만 바뀌었을 뿐 원작 흉내내기에 급급한 졸작이 돼버렸다. 여기에 원작의 긴장감과 공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원작은 마을 청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학자가 그만의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면서 보는 이의 공감대를 끌어내며 같이 분노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데,..

비디오드롬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들은 보기 불편하다. '플라이' '네이키드 런치' '스파이더' '폭력의 역사' 등 그의 작품들은 온통 그로테스크한 영상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비디오드롬'(Videodrome, 1983년)도 마찬가지. 사람의 형체와 TV가 기괴하게 변하거나 배를 가르고 물건을 꺼내는 등 징그러운 영상들이 많다. 하지만 가학적인 영상들이 전부는 아니다. 그로테스크한 영상들 뒤에는 크로넨버그 감독이 전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조롱이 숨어 있다. 내용은 사람들에게 좀 더 자극적인 영상을 전해주기 위해 골몰하던 해적 방송 사장(제임스 우즈)이 급기야 비디오 영상에 지배돼 현실과 환상을 혼동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여기에는 자극적인 영상으로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TV에 대한 비판과..

애니 기븐 선데이 (블루레이)

미식축구는 마초들의 바디 랭귀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스포츠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애니 기븐 선데이'(Any Given Sunday, 1999년)는 바로 육식 동물들의 향연인 미국 프로미식축구 리그(NFL)를 가장 잘 표현한 영화다. '남자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혼신을 다해 싸운 뒤 승리감에 쌓여 누워 있을 때'라는 빈스 롬바르디(전 그린베이 패커스 감독, 유명한 슈퍼볼 트로피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의 말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무시무시한 NFL 경기 뿐만 아니라 돈에 눈이 먼 구단주, 마약과 술에 찌든 선수들, 선수들의 반목과 부상 등 추악한 이면까지 속속들이 파헤쳤다. 실제로 NFL팀의 전속 의사 이야기를 다룬 롭 히젠거와 팻 투메이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세부 사항들이 자세히 묘사됐다..

서핑 업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몬스터 하우스'에 이어 두 번째 내놓은 '서핑 업'(Surf's Up, 2007년)은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다. 펭귄들의 파도타기를 다룬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를 흉내냈다. 파도타기 대회에 출전한 주인공 펭귄을 밀착취재한 가짜 다큐멘터리처럼 내용을 구성. 이를 위해 제작진은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모션 캡처 방식으로 카메라의 움직임을 묘사했다. 덕분에 애니메이션 영상은 마치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뛴 듯한 핸드헬드 촬영처럼 화면이 위, 아래로 흔들리는 등 실감난다. 동물들의 털, 산산히 부서지는 물보라, 다양한 형태의 파도 등 컴퓨터 그래픽은 참으로 뛰어나다. 그러나 승자보다 아름다운 패자의 이야기라는 도식적인 구성과 다소 늘어지는 내용 전개가 흠이다. 1.85 대 1 애너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