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제프 브리지스 8

위대한 레보스키(4K 블루레이)

코엔 형제가 각본을 쓰고 연출 및 제작한 '위대한 레보스키'(The Big Lebowski, 1998년)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숨은 걸작이다. 뚜렷한 일거리 없이 볼링이나 치면서 빈둥빈둥 살아가는 레보스키가 어느 날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행복하고 여유 있는 미국판 '현대 생활 백수'다. 레보스키를 맡은 제프 브리지스의 느물 느물한 연기는 물론이고 유쾌한 내용에 걸맞게 나른하고 편안하게 깔리는 음악들도 일품이다.직업도 없이 하루하루 유유자적하게 아무 계획 없이 살아가는 레보스키는 어찌 보면 바쁜 직장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다. 그만큼 무한 경쟁이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 요즘 레보스키는 반동적 캐릭터이기도 하다.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에 그의 ..

킹스맨 골든 서클(블루레이)

매튜 본 감독의 '킹스맨 골든 서클'(Kingsman: The Golden Circle, 2017년)은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나오기 힘들다는 영화계 속설에 부합하는 영화다. 매튜 본 감독의 특징은 만화적 상상력을 재기발랄한 영상으로 구현하는데 있다. 전편에서는 이를 재치있는 이야기와 조화를 이루는 스타일리시한 영상으로 만들어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도를 넘어선 느낌이다. 내용은 킹스맨 아지트를 공격한 악당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가 벌어지는 모험을 다뤘다. 킹스맨을 없애려고 시도한 악당은 온 세상에 마약을 퍼뜨리기 위해 마약 합법화를 주장하는 여성이다. 그에 맞서 킹스맨은 변함없이 기발한 무기로 무장한채 악당의 본거지를 공격한다. 악당의 활동 무대가 미국이다보니 자연스럽게 킹스맨의 배경 또..

로스트 인 더스트(블루레이)

데이비드 맥켄지 감독의 '로스트 인 더스트'(Hell or High Water, 2016년)는 황량한 텍사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현대판 서부극이다. 내용은 연달아 은행을 터는 두 형제와 이를 쫓는 보안관들의 이야기다. 두 형제는 마치 서부개척시대 무법자들처럼 복면을 쓴 채 은행을 털고, 보안관들은 현상금 사냥꾼처럼 이들의 뒤를 쫓는다. 얼핏 보면 선과 악이 대비되는 구도이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악은 따로 있다. 바로 금융자본주의의 주역인 은행이다. 평생 죄 한 번 짓지 않고 산 주인공(크리스 파인)은 어머니가 은행에 진 빚 때문에 유일한 유산인 농장을 은행에 빼앗기게 되자 이를 막기 위해 총을 든다. 먼지 풀풀 날리는 황량한 농장이지만 주인공에게는 이혼한 아내와 자식들을 지킬 삶의 기반이자 터전이다. 은..

트론 : 새로운 시작 (블루레이)

1980년대 중후반 KBS2 TV의 인기 코미디프로가 있었다. 바로 '쇼 비디오자키'다. 유명 DJ 김광한이 진행을 맡은 이 프로그램의 오프닝은 생전 처음보는 요란한 컴퓨터그래픽 화면이었다. 듣도보도못한 컴퓨터캐릭터가 빛으로 된 도형을 만들며 질주하는 인트로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화면이 바로 디즈니가 1982년에 개봉했던 영화 '트론'이었다. 저작권이 없던 시절이고, 트론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라 자신있게 갖다 쓴 모양이다. 당시 트론이 가져다 준 충격은 대단했다. 사람이 컴퓨터 프로그램 속에 뛰어들어 프로그램과 싸움을 벌인다는 발상부터 획기적이었고,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컴퓨터 화면같은 매끈한 그림은 기존 영상을 송두리째 뒤엎는 이미지의 전복이었다. 하지만 흥행에는 그다..

더 브레이브

복수는 서부극의 영원한 테마다. 흑백 영화시절부터 서부극의 총잡이들은 복수를 위해 황야를 떠돌았다. 코엔 형제가 만든 '더 브레이브'도 마찬가지. 뜻밖에 서부극을 들고 나타난 그들은 아버지를 죽인 악당을 잡기 위해 길을 나선 어린 소녀와 그를 돕는 늙은 보안관을 앞세워 또다시 복수로 얼룩진 서부극의 향수를 이야기한다. 원작은 1969년에 존 웨인이 주연한 '진정한 용기'다. 헨리 하서웨이가 감독하고 글렌 캠벨, 데니스 호퍼, 로버트 듀발 등이 출연한 이 작품으로 존 웨인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어린 소녀와 늙은 보안관이 빚어내는 이야기가 1950년대 고전 '셰인'을 연상케 한다. 즉, 스파게티 웨스턴처럼 사방 팔방 총을 난사해 수 많은 시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최후의 한 순간을..

영화 2011.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