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조엘 코엔 9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블루레이)

에단과 조엘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2007년)를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섬뜩한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단발머리의 무표정한 얼굴의 사내가 들고 다니는 공기탱크는 역대 최강의 무기였다. 소리도 없고 불꽃도 없으면서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문짝의 열쇠 틀이 통째로 뽑혀 날아갈 만큼 무시무시한 파워를 과시했다. 이를 사람의 머리에 대고 버튼을 누르면 순식간에 죽는 줄도 모르고 쓰러진다. 어떻게 저런 무기를 생각했을까, 절로 감탄하며 봤는데 알고 보니 거대한 소를 도살할 때 쓰는 도구를 개조한 무기였다. 살인자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의 무표정한 얼굴 또한 공포 그 자체였다.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에 낮게 깔리는 목소리, 여기에 우스꽝스러운 단발머리까지 ..

헤일 시저(블루레이)

1950년대 할리우드는 위기였다. TV의 등장으로 많은 극장 관객들을 빼앗기면서 영화 산업의 존폐까지 거론됐다. 그래서 메이저 영화사들은 위기 타개책으로 TV의 작은 화면으로 볼 수 없는 요란한 볼거리에 승부를 걸었다. 배우, 촬영, 세트 등 엄청난 물량 공세로 만든 사극, 뮤지컬 등이 풍성한 볼거리를 앞세워 대형 스크린을 채웠다. 즉 블록버스터의 등장이다. 결과적으로 1950년대 할리우드의 위기는 역설적이게도 할리우드 영화의 중흥기로 이어졌다. 에단 코엔과 조엘 코엔 등 코엔 형제의 작품 '헤일 시저'(Hail, Caesar!, 2016년)는 할리우드의 중흥기를 다루고 있다. 1950년대 미국 영화산업의 뒷단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진실 같기도 하고 거짓 같기도 한 야사를 실화와 적당히 섞어서 미스..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블루레이)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O Brother, Where Art Thou?, 2000년)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영화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코엔 형제가 고대 그리스의 작가 호머의 작품 '오딧세이'를 현대판으로 재미있게 바꾼 영화다. 그것도 원전처럼 영웅담을 그린 것이 아니라 완전히 비틀어 어수룩한 3인조가 뜻하지 않은 모험과 행운을 누리는 코미디로 만들었다. 내용은 율리시즈라는 이름의 좀도둑이 다른 두 명의 어리벙벙한 죄수들과 탈옥해 벌이는 소동을 다뤘다. 3인조는 엉뚱하게도 라디오 방송국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이 노래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뜻하지 않은 일을 겪게 된다. 이들이 부른 노래는 그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열쇠 역할을 한다. 이처럼 뜻하지 않은 열쇠가 3인조의 운명을 바꿔 놓는 과정은 슬그머니 웃..

시리어스 맨(블루레이)

에단 코엔과 조엘 코엔 형제의 영화는 대부분 소재가 독특하다. '파고'나 '밀러스 크로싱' '아리조나 유괴사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의 작품들을 보면 세상에 흔치 않을 법한 사건들을 이리 저리 비틀어 웃음과 볼거리를 준다. 소재가 아주 튀지 않는 '위대한 레보스키'나 '오 형제여 어디있는가' 등의 소소한 소재를 다룬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들을 통해 또다른 비틀기를 시도한다. 어찌보면 그들이 들이대는 현미경같은 카메라를 통해 관객들은 평소 돌아보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찾으며 대리만족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시리어스 맨'(A Serious Man, 2009년)도 마찬가지다. 어느 유대인 가족의 흔치 않은 일상사를 통해 유대인 사회를 재미있게..

이블데드 (블루레이)

1980년대 비디오 가게에서 꼭 빌려봐야 하는 필수 영화들이 몇 편 있었다. 주로 성인물 아니면 공포물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데드'(The Evil Dead, 1981년)다. 요즘처럼 컴퓨터그래픽이 발달한 시각에서 보면 어설프고 유치해 보이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공포영화였다. 마치 악령이 빠르게 미끄러지며 다가오는 듯한 낮은 앵글의 카메라와 삐딱하게 사선으로 기운 카메라,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끔찍한 효과음은 실제 공간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불어 넣으며 심장을 오그라붙게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공포소설 작가 스티븐 킹이 이 영화를 보고 "지금까지 본 가장 끔찍하게 무서운 공포물"이라고 평했다. 그 바람에 이 작품은 샘 레이미라는 젊은이와 주연배우인 브루스 캠벨을 일약 유명하게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