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조진웅 17

독전(4K 블루레이)

배우 김주혁의 유작으로 알려진 이해영 감독의 '독전'(2018년)은 2013년 두기봉 감독이 만든 홍콩 영화 '마약전쟁'이 원작이다. 하지만 경찰이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마약상과 손잡는 기본 설정만 같을 뿐 내용 전개는 다르다. 이 작품은 이름과 얼굴 등 모든 것이 드러나지 않아 유령으로 통하는 마약 밀매 조직의 두목을 쫓는 경찰(조진웅)의 얘기다. '이선생'으로만 알려진 두목을 잡기 위해 경찰은 밀매 조직의 말단 중개상(류준열)과 손잡고 복잡한 위장 수사를 펼친다. 문제는 마약 밀매 조직조차 이선생의 정체를 몰라서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다. 여기에 중국의 거대 마약상(김주혁)까지 개입하면서 잔인하고 복잡한 싸움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 작품은 결정적으로 '중개상의 도그마'에 빠져 있다. 위장 수사를..

사라진 시간(블루레이)

배우 정진영이 감독한 '사라진 시간'(2019년)은 참 어리둥절한 영화다. 동일한 상황에 같은 인물이 등장해 다른 이야기를 풀어가니 황당하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맨 처음 사전 정보 없이 봤을 때는 주인공이 다중인격인 줄 알았다. 마을에 발생한 화재 때문에 사람이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투입된 형사(조진웅)는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일어나니 어느 순간 마을 학교의 교사가 돼 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화재가 나서 죽은 집주인으로 둔갑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도 상황에 맞게 같이 변했으면 모르겠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대로다. 오로지 조진웅이 연기한 주인공의 정체만 계속 달라진다. 그렇다 보니 앞 뒤 이야기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나중에는 주인공이 꾸는 일장춘몽 같은 꿈 얘기인가 싶었다. 결국 아무..

완벽한 타인(블루레이)

이재규 감독의 '완벽한 타인'(2018년)은 연극적인 영화다. 한정된 무대와 등장인물들이 쉼 없이 대사를 주고받으며 상황을 변주하는 형식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내용은 성공한 의사 부부의 집들이에 초대된 친구들이 휴대폰을 꺼내놓고 통화와 문자 등을 공개하는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뤘다. 당연히 휴대폰 안에 숨겨 놓은 비밀들이 드러나면서 갈등이 발생하고 엉뚱한 오해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과정이 때로는 긴장을 유발하고 때로는 폭소를 터뜨리며 어느 순간 가슴을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영화가 갖고 있는 응집력이 대단하다. 다양한 장소나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닌 한정된 공간에서 소수의 배우만 갖고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원작의 ..

공작 (블루레이)

기사로 언론에 많이 소개된 박채서는 참으로 독특한 인물이다. 3 사관학교를 나와 각종 훈련과 교육을 받고 소령 계급으로 국군정보사령부 공작단 본부에서 근무하던 그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지시로 이중 스파이 노릇을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남북한을 오가며 이중 스파이 활동을 한 것처럼 가장한 안기부의 공작원이었다. 당시 안기부가 그에게 부여한 암호명이 흑금성이었다. 사업가를 가장해 중국과 북한을 드나들던 박채서는 북에서 꽤나 신임을 얻어 김정일까지 만났다. 덕분에 그는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이 주도한 북풍을 막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 북풍이란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뿌리를 둔 신한국당에서 선거에 이기기 위해 북한에 무력 도발을 부탁하고 몰래 지원한 것으로, 북에서 일어난 바람이라는 뜻의 북풍 ..

아가씨 (블루레이)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년)는 그의 작품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영화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에서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을 선보였던 그는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독특한 소재를 다뤘다. 박 감독은 자신의 작품중에서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지만 그의 작품을 많이 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충격적이고 변태적이며 가학적이다. 흔치 않은 외설적 취미를 가진 조선인과 이를 이용한 사기꾼 무리들의 변태적 행각, 이 과정에 드러나는 여배우들의 적나라한 동성애 장면, 서슴치 않고 손가락을 깍두기 썰 듯 잘라버리는 폭력 장면 등은 여전히 '올드보이'의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만큼 경우에 따라 보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의 작품 중 진정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