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존 카펜터 3

할로윈 킬즈(4K)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의 '할로윈 킬즈'(Halloween Kills, 2020년)는 할로윈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영화다. 여전히 가면을 쓴 잔혹한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가 온 마을을 휘젓고 다니며 잔혹한 살인을 벌인다. 마이어스는 총을 맞아도 죽지 않는 불사신 같은 존재이며 엄청난 괴력을 지닌 초인적인 악당이다. 전작들에 비해 그가 휘두르는 폭력의 강도가 한층 강해졌다. 눈을 터뜨리고 형광등으로 목을 꿰뚫으며 도끼를 휘두르는 등 잔혹한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 바람에 시체 또한 시리즈 중에 가장 많이 나온다.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록을 보면 살인 장면에 등장하는 시체만 31 구다. 그만큼 마이어스를 좋아하는 공포영화 팬이라면 환호할 만하다. 하지만 이전 시리즈를 보지 않은 상태라면 밑도 끝도 없는..

뉴욕탈출 (블루레이)

가끔 세상에서는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난다. 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알카에다의 911 테러가 대표적인 경우다. 여객기를 납치해 뉴욕의 쌍둥이 빌딩인 무역센터를 들이받아 무너뜨리는 장면을 TV 생중계로 보면서 '저게 설마 현실일까' 싶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911 테러를 예견한 영화가 있다. 존 카펜터 감독의 '뉴욕탈출'(Escape From New York, 1981년)이 바로 그 영화다. 황당한 설정과 치기어린 구성의 B급 정서로 가득한 이 영화가 컬트 영화로 꼽히는 이유는 911 테러 발생 20년 전에 비슷한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줬고, 세계적으로 히트한 콘솔 게임 '메탈 기어 솔리드'의 영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제작 시점에서 봤을 때 미래인 1997년의 상황을 ..

괴물(The Thing-4K)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The Thing, 1982년)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가져오는 극한의 공포를 긴장감 넘치게 묘사한 수작이다. 존 캠벨 주니어의 원작을 토대로 1951년 제작된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남극의 과학기지에 스며든 정체모를 괴물과 기지원들의 사투를 다뤘다. 1980년대 작품인 만큼 특수효과가 뛰어나거나 사실적인 컴퓨터 그래픽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전달하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모든 볼거리를 압도한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 빛난다. 영화를 보다 보면 1979년 개봉한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에이리언' 영향을 받은 장면들이 곳곳에 보인다. 그런 점에서 독창성은 떨어지지만 보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카펜터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