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존 트라볼타 10

펄프픽션(4K)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영화 '펄프픽션'(Pulp Fiction, 1994년)은 처음 봤을 때 참으로 놀라운 영화였다. 여러 개의 다양한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한 영화 안에서 펼쳐지지만 결국 유기적으로 맞물려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마치 여러 개의 물줄기가 거대한 강에서 만나는 것처럼 어수선한 이야기들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져 도도한 이야기의 흐름을 빚어낸다. 오랫동안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썼다는 타란티노 감독의 재기가 빛나는 탁월한 수작이다. 영화는 갱단 두목 월레스(빙 라메스 Ving Rhames)와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면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네 일상이 여러 사람과 얽힌 것처럼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삶도 그러하다. 그래서 부하들이 잃어버린 돈가방을 찾아오는 ..

그리스 (4K 블루레이)

디스코 붐이 한창 불던 1970년대 말, 존 트라볼타의 인기는 대단했다. '토요일 밤의 열기' '그리스' 등 그가 주연한 뮤지컬 영화들이 연달아 히트하며 일약 그를 스타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그 중 랜달 클레이저 감독의 영화 '그리스'(Grease, 1978년)는 '토요일 밤의 열기'로 인기를 끈 존 트라볼타가 당대 최고의 팝스타 올리비아 뉴튼존과 나란히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남녀 고등학생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고교 시절을 아름답게 마감한다는 전형적인 하이틴물이다. 그러나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뛰어넘는 것은 재기 발랄한 영상과 70년대를 수놓았던 화려한 디스코 음악들이다. 특히 비지스의 멤버 배리 깁이 작곡한 주제가 'Grease',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이 호흡을 ..

토니 베넷: 아메리칸 라이브 클래식(블루레이)

지난해 90세 생일을 넘긴 토니 베넷은 미국의 전설적인 대중 가수다. 초창기에 재즈로 시작해 자신이 좋아했고 나중에 절친이 된 프랭크 시나트라 같은 팝 스타일로 바꿨다. 대표곡은 너무나 유명한 'I Left to My Heart in San Francisco'로, 그의 상징같은 노래다. '아메리칸 라이브 클래식'(an american classic, 2006년)은 그가 2006년 80세 생일을 맞아 미국 공영방송(PBS)과 함께 LA의 빌리 크리스탈홀에서 진행한 42분 분량의 TV쇼다. 하지만 호화찬란한 참가자들을 보면 단순히 TV쇼라고 무시할 게 아니다. 감독은 '시카고' '게이샤의 추억' 등 유명 영화를 만든 롭 마샬이 맡았고 로버트 드니로, 브루스 윌리스, 캐서린 제타 존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

씬 레드 라인 (블루레이)

호주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솔로몬 군도는 1,000여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 이 중에서 큰 편에 속하는 섬이 6개 있는데, 과달카날도 그 중 하나다. 과달카날은 길이 140km, 폭 48km 정도의 섬으로, 제주도의 3.5배 크기다. 스페인의 페루 총독이 서쪽으로 가면 황금도시가 있다는 소문을 쫓아 조카인 알바르도 데 멘다나를 보내 발견한 섬인데, 멘다나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고향 지명을 따서 섬 이름을 명명했다고 한다. 이름도 생소한 이 곳이 제 2 차 세계대전때 태평양 전투의 승패를 가른 분수령이 됐다. 태평양 전역에서 보면 작은 섬이지만 이 섬을 장악하면 호주는 물론이고 솔로몬 해역과 멀리 필리핀 제공권까지 넘볼 수 있게 돼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이를 알아본 일본군은 1942년 7월, 재..

캐리 (블루레이)

비현실적인 내용을 다루는 공포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의 작품도 마찬가지. 그런데 그의 작품들 중 '쇼생크탈출'이나 '스탠 바이 미' '미저리' 등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잔뜩 배어 있는 작품들은 예외다. 오히려 그런 작품들은 희생자 못지 않게 공포의 대상인 주인공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강하게 묻어 난다.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캐리'(Carrie, 1976년)도 마찬가지. 공포물이라기보다 어느 학교에서나 있을 법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성장물에 가까운 이 작품은 사람들로부터 공포의 대상이 된 주인공이 더 희생자처럼 보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강한 연민과 아픔을 느끼게 한다. 초자연적 현상을 제외하면 주인공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이 꽤나 사실적이어서 설득력있게 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