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주디 데이비스 2

드레스메이커 (블루레이)

호주의 여류 감독인 조셀린 무어하우스의 '드레스메이커'(The Dressmaker, 2015년)는 황량한 호주 오지 마을의 느낌을 미스테리풍으로 잘 풀어낸 작품이다. 이야기는 오래전 마을에서 추방됐던 여인이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어린 시절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마을을 떠난 소녀는 일류 의상 디자이너가 돼 돌아와서 마을에 일대 패션바람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어린 시절 벌어졌던 사건의 미스테리를 푸는 것이다. 영화는 이 과정을 마치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는 뜨개질처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개성강한 캐릭터들의 숨은 이야기가 하나 하나 펼쳐지면서 흥미를 돋군다. 이야기의 전개와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의상이다. 제 2차 세계대전 기간 억눌렸던 사람들의 욕망이 화려하게 분출한 1950년..

바톤 핑크 (블루레이)

코엔 형제의 '바톤 핑크'(Barton Fink, 1991년)는 공간과 소리가 주는 긴장감이 일품인 영화다. 조엘 코엔이 감독하고 에단 코엔이 제작한 이 작품은 뉴욕에서 잘 나가는 극작가 바톤 핑크(존 터투로)가 할리우드에 초빙돼 영화 대본을 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품성을 중시하는 핑크가 흥행을 앞세운 할리우드의 입맞에 맞춘다는 것은 처음부터 쉽지 않은 얘기다. 결국 날이면 날마다 파지만 만드는 핑크는 창작의 괴로움에 모기 소리에도 반응할 만큼 신경이 곤두선다. 특히 공간이 주는 긴장감은 압권이다. 핑크가 머무는 LA 호텔은 성채를 연상시키는 긴 복도와 수상한 옆방 손님, 알 수 없는 작은 소음들과 방에 걸린 해변의 여인 그림, 천천히 미끄러지듯 일어나는 벽지 등이 어우러져 주인공은 물론이고 관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