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주이 디샤넬 5

유어 하이니스 (블루레이)

데이빗 고든 그린 감독의 '유어 하이니스'(Your Highness, 2011년)는 정체불명의 섹스 코미디다. 배경은 중세시대의 이름모를 왕국이지만 미노타우로스부터 괴상한 마녀와 용까지 온갖 희한한 괴물들이 잔뜩 등장한다. 하지만 핵심은 괴물과의 대결이 아닌 화장실 유머다. 못된 마법사에게 납치당한 약혼녀를 찾기 위해 두 왕자가 모험을 벌이는 내용. 특히 주인공인 둘째 왕자가 워낙 밝히는 바람에 곳곳에 각종 섹스패러디가 넘쳐난다. 이왕이면 재기 넘치는 유머를 선보이면 좋을텐데 아이들 장난처럼 치기어린 내용이다 보니 유쾌한 웃음보다는 실소가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흥행에서도 제대로 실패했다. 약 5,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이고 벌어들인 돈은 2,000만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 나탈리 포트만, 제임스..

해프닝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센스'가 준 충격은 대단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유주얼 서스펙트'와 더불어 반전의 묘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다. 그러나 관객들의 기대치를 너무 높여 놓은 탓인지, 이후 작품들은 '식스센스'만 못했다. 자꾸 샤말란 감독의 작품에서 '식스센스'같은 반전을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샤말란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사인' '빌리지' 등 여러 작품에서 반전을 시도하지만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해프닝'(The Happening, 2008년)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이 갑자기 죽어가면서 급히 피난을 떠난 일행들이 겪는 괴이한 사건을 다뤘다. 전작들처럼 역시 초현상을 소재로 다뤘고 사건의 해결 방법은 관객들에게 맡겼다. 환..

서핑 업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몬스터 하우스'에 이어 두 번째 내놓은 '서핑 업'(Surf's Up, 2007년)은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다. 펭귄들의 파도타기를 다룬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를 흉내냈다. 파도타기 대회에 출전한 주인공 펭귄을 밀착취재한 가짜 다큐멘터리처럼 내용을 구성. 이를 위해 제작진은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모션 캡처 방식으로 카메라의 움직임을 묘사했다. 덕분에 애니메이션 영상은 마치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뛴 듯한 핸드헬드 촬영처럼 화면이 위, 아래로 흔들리는 등 실감난다. 동물들의 털, 산산히 부서지는 물보라, 다양한 형태의 파도 등 컴퓨터 그래픽은 참으로 뛰어나다. 그러나 승자보다 아름다운 패자의 이야기라는 도식적인 구성과 다소 늘어지는 내용 전개가 흠이다. 1.85 대 1 애너모..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가버 추보 감독의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Bridge To Terabithia, 2007년)는 제목이나 선전 문구와 달리 판타지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가족 영화다. 감수성이 한창 예민할 때인 사춘기 소년이 상처를 딛고 다시 잃어서는 과정을 아이들의 시각으로 그렸다. 그렇다보니 판타지 요소가 간간히 등장하기는 하지만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처럼 황당무계한 캐릭터들이 본격 잔치를 벌이는 것은 아니고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동화같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원작 동화인 캐서린 패더슨의 이야기가 훌륭했다. 주인공 소년 소녀는 조쉬 허처슨과 안나소피아 롭이 맡았고 주이 디샤넬, 로버트 패트릭 등이 출연한다. 그러나 컴퓨터 그래픽 등 특수 효과는 아쉬움이 남는다. 컴퓨터 그래픽 화..

엘프

지금은 매체가 많이 늘어나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한가한 기자시사회도 있었다. 유명한 배우가 없거나 화제작이 아닌 경우다. 특히 외국 코미디가 심한 편이었다. 의례히 별거 아닐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기자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뜻밖에 기대 이상의 훌륭한 작품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첫 번째 키스만 50번째'와 '엘프'(Elf, 2003년)가 대표적이다. 존 파브로(Jon Favreau) 감독의 '엘프'는 얼마 안 되는 기자들이 모여서 보고 다들 호평했던 훌륭한 작품이다.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다룬 코미디가 그렇듯 내용은 간단하다. 우연히 산타클로스의 선물 보따리로 기어들어간 아기가 북극의 산타클로스 마을에 떨어지며 요정들과 함께 자란다. 뒤늦게 요정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