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줄스 닷신 2

일요일은 참으세요

부부였던 줄스 닷신 감독과 멜리나 메르쿠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 '페드라'와 '일요일은 참으세요'(Never on Sunday, 1960년)이다. 그 중 '일요일은 참으세요'는 국내에서 상영되지 못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주인공인 창녀를 떠받들고, 미국을 비판했다는 이유에서다. 그 바람에 정작 미국에서는 아카데미 주제가상까지 받은 멜리나 메르쿠리의 주제가도 국내에서는 한동안 금지곡이 됐다. 실제로 보면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지만 의외로 사회비판적인 정치색이 강하다. 영화 속에서 그리스 창녀는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알고 그리스 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존감이 강한 반면, 미국인 철학자는 잘난 체 하고 남을 무시해 타인의 삶을 바꾸려 든다. 결국 영화는 도덕적이고 평화주의자 행세를 하며 잘난척 하는..

페드라

재작년 여름에 찾아갔던 그리스 산토리니의 하늘은 진한 코발트빛이었다. 그 아래 그보다 더 진한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그 위로 태양은 세상을 녹일듯 이글거렸다. 그토록 뜨겁게 타오르던 거리도 밤이면 서늘한 바람 아래 삭아들고, 늦도록 술잔을 부딪치며 웃고 떠드는 젊은이들 사이로 흥겨운 음악이 흘러 넘쳤다. 자연과 삶이 이토록 열정적이다 보니 페드라 같은 극단적인 사랑과 비극이 나올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스 닷신 감독의 '페드라'(Fedra, Phaedra, 1962년)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페드라의 비극을 현대물로 옮긴 걸작이다. 신화 속 페드라는 전처가 낳은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다. 크레타 섬의 황소머리 괴물인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한 영웅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의 동생인 페드라와 결혼한다. 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