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중국 23

나의 청춘은 너의 것(블루레이)

중국의 퉁저우(周彤)와 여성 감독 다이멍잉(代梦颖)이 공동 감독한 '나의 청춘은 너의 것'(我的青春都是你, 2019년)은 대만의 하이틴 로맨스물이다. 잘 생긴 남학생이 마음씨 착한 여학생을 좋아하며 벌어지는 알콩달콩한 연애담을 다뤘다. 모범생 팡위커(쑹웨이롱 宋威龙)는 어려서부터 동네에서 같이 자란 린린(쑹윈화 宋芸樺)을 남몰래 좋아한다. 팡위커는 린린과 같은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미모의 다른 여대생들을 뒤로 한채 미인은 아니지만 활달하고 착한 린린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를 쓴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는 동화 '개구리 왕자'를 연상케 한다. 공부만 하고 숙맥인 줄 알았던 모범생 팡위커가 알고 보니 누구나 첫눈에 반할 만큼 잘 생기고 매력적인 청년이었다는 설정이다. 그때부터 팡위커는 예쁜 여대생의 관심을 받지..

여름날 우리(블루레이)

후회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중국의 한텐 감독이 만든 '여름날 우리'(你的婚礼, 2021년)는 이를 보여주는 영화다. 이 작품은 이석근 감독의 2018년 작품 '너의 결혼식'을 리메이크했다. 박보영과 김영광이 주연했던 '너의 결혼식'은 사랑하면서도 한 번의 실수로 엇갈린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랑을 다뤘다. 이를 다시 만든 이 작품은 내용이 '너의 결혼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교 수영선수인 저우샤오치(쉬광한)는 전학 온 여학생 요우용츠(장약남)를 보고 반해서 끈질기게 쫓아다닌다. 저우샤오치에게 요우용츠는 삶의 동기가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요우용츠가 나온 대학 사진을 보고 필사적으로 공부해 같은 대학에 진학한다. 심지어 저우샤오치는 인생이 걸린 중요한 수영마저도 포기할 정도로 요..

황비홍3(블루레이)

서극 감독의 '황비홍 3'(黃飛鴻之三獅王爭覇, 1993년)는 서극 감독과 이연걸 콤비가 만든 3편의 시리즈 가운데 가장 박한 평가를 받는다. 전작들보다 액션의 강도가 떨어지고 이야기 또한 긴장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황비홍과 소균(관지림)의 로맨스에 치중하면서 액션극이라기보다 러브스토리에 가깝게 변질됐다. 여기에 서극 감독 특유의 어설픈 코미디를 섞으면서 힘이 빠졌다. 내용은 사자탈춤 대회인 사왕 대회를 장악하려는 악당들과 황비홍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리홍장을 죽이려는 러시아 암살 세력의 에피소드가 사족처럼 끼어들었다. 러시아 암살단 이야기는 굳이 없어도 상관없을 텐데 관지림과 로맨스에 갈등 구조를 만들기 위해 끼워 넣은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가 다소 산만하게 전개되는 것이 흠이다...

귀주이야기(블루레이)

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의 '귀주 이야기'(秋菊打官司, The Story Of Qiu Ju, 1992년)는 '국두' '홍등' '붉은 수수밭' 등 그의 전작들과 결이 다른 작품이다. 중국 시골에서 벌어지는 작은 소동을 통해 중국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상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진지하고 무거웠던 그의 전작들과 달리 페이소스가 짙게 깔린 블랙코미디 풍이다. 천위안빈의 중편 소설 '만가소송'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어이없고 황당한 상황이 우스우면서도 씁쓸하고 안타까워 마냥 웃고 있을 수만도 없게 만든다. 내용은 동네 사람들이 모두 알고 지내는 중국 시골에서 촌장과 아낙(공리)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콴시와 미엔쯔 아낙의 남편이 촌장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고환을 걷어차이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남편은 크게 다치지 않아..

인생(블루레이)

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의 '인생'(活着, 1994년)은 중국 현대사의 굴곡을 한 사내의 삶을 통해 풀어낸 수작이다. 중국의 유명 작가 위화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이 영화는 푸궤이(거요우, 갈우)라는 사내의 가정을 중심으로 중국 현대사가 안고 있는 질곡을 다뤘다. 집안 대대로 내려온 큰 재산을 지녔던 푸궤이의 인생은 중국 현대사의 주요 고비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새옹지마를 떠올리게 한다. 엄청난 물림 재산을 도박으로 다 날려 알거지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지만 1940년 국공 내전에서 승리하며 장개석 군을 몰아낸 모택동의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뒤 오히려 무산자 신세여서 살아남게 된다. 그의 저택을 차지한 노름꾼은 반동 지주로 몰려 공개 처형당한다. 1960년대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해 모택동이 주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