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진 핵크먼 7

용서받지 못한 자(4K 블루레이)

같은 제목의 영화가 여러 편이라 혼동하기 쉬운데, '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 1992년)의 원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만든 서부극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서부극이 갖고 있던 고유의 속성을 송두리째 뒤엎었다. 우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직접 연기한 주인공은 여느 서부극 속 영웅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정의나 복수를 위해 총을 빼든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돈벌이로 총질에 나선다. 하지만 눈 하나 깜빡 않고 속사 권총을 쏘아대던 스파게티 웨스턴의 무법자는 보이지 않고, 말타는 것 조차 힘겨워 하고 서툰 총질에 사람 죽이는 것을 불안해 하는 볼품 없는 노인만 있을 뿐이다. 이를 통해 이스트우드는 그를 유명하게 만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무법자 시리즈와 작별을 고했다. 기존 서부극의 전..

프렌치 커넥션(블루레이)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프렌치 커넥션'(The French Connection, 1971년)은 할리우드 형사물의 교과서같은 작품이다. 로빈 무어의 동명 넌픽션 책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60~70년대 미국은 터키에서 생산돼 프랑스를 거쳐 들어온 헤로인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주로 마르세이유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갱단이 들여 왔는데, 이 때문에 마약 밀매 루트를 프렌치 커넥션이라고 불렀다. 영화는 1960~62년 프렌치 커넥션 수사에 혁혁한 공을 세운 뉴욕 경찰의 에디 이건과 소니 그로소 형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길거리에서 마약 사범을 체포한 뒤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자꾸 자리를 옮기는 사람을 수상하게 여겨 미행하다가 우연히 범죄조직을 적발하게 된다. 당시 두 형사는 집요한 미..

리플레이스먼트 (블루레이)

미식축구만큼 미국이라는 나라를 상징하는 스포츠는 없다. 미식축구 규칙을 보면 미국의 역사와 미국인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4회의 공격 기회 동안 총 10야드를 전진하지 못하면 공격권이 넘어가고, 상대 엔드존까지 밀고 들어가야 득점이 인정된다. 이 같은 땅따먹기 룰은 원주민인 인디언들을 몰아내고 땅을 차지했던 미국의 어두운 과거를 연상케 한다. 여기에 수비와 공격, 심지어 스페셜팀까지 철저하게 나눠져 있는 분업 구조는 전형적인 미국식 산업자본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결정적인 것은 득점을 위해 전진하거나 상대팀의 전진을 막으려면 철저하게 온 몸으로 부딪치는 육박전이 필수라는 점이다. 그만큼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미식축구의 정신은 세계 패권국의 구성원을 자임하는 미국인들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하워드 더..

포세이돈 어드벤쳐 (블루레이)

1970년대에는 '대지진' '타워링' '에어포트' 등 재난영화들이 대거 쏟아졌다. 그중에서 로널드 님 감독의 '포세이돈 어드벤쳐'(The Poseidon Adventure, 1972년)는 대형 재난 영화의 원형 같은 작품이다. 인기 TV 시리즈를 만들던 걸출한 기획자 어윈 앨런이 제작한 이 작품은 타이타닉호처럼 대형 유람선이 거대한 파도를 만나 전복되면서 생존자들이 탈출하는 내용이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생존담을 다룬 볼거리와 다양한 등장인물들에 얽힌 드라마를 적절하게 섞은 구성은 훗날 이어지는 재난영화의 전범이 됐다. 원래 이 작품은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질 뻔했다. 이 작품을 만든 20세기 폭스사는 '헬로 돌리' '스타' '닥터 둘리틀' 등 일련의 뮤지컬들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적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블루레이)

1920~30년대 미국의 암흑가를 다룬 영화들은 유독 안티 히어로물이 많다. '퍼블릭 에너미' '스카페이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등 당시 갱들은 범죄로 악명을 떨쳤지만 한편으로 서민들에게는 영웅 대접을 받았다. 대공황이라는 암울한 시대 상황이 못먹고 못사는 서민들의 울분을 범죄자들로 하여금 대신 표출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닌게 아니라 '퍼블릭 에너미'의 존 딜린저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보니와 클라이드는 은행을 털어도 서민들의 돈은 가져가지 않는 행동으로 서민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 아서 펜 감독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 1967년)는 이 같은 시대적 상황을 보니와 클라이드라는 실존했던 두 명의 전설적인 갱 이야기를 통해 그려냈다. 두 사람이 만나서 최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