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차승원 2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박흥용의 만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호방한 화풍과 귀신같은 칼솜씨를 지닌 맹인 검객의 독특한 이야기가 빛을 발하는 명작이다. 그림이 시원 시원하고, 정사 장면을 기왓장이 쏟아져 내리는 풍경으로 표현하는 등 탁월한 은유가 빛나는 작가주의 정신으로 충만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를 원작으로 한 이준익 감독의 동명 영화(2010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감독은 원작 만화에서 시골 진사의 서자로 나오는 주인공 견주를 명문 세도가의 서자로 설정해 당쟁의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밀어넣으며 시대극으로 만들었다. 신경질적인 왕을 통해 당파 싸움만 일삼는 조정을 비꼬는 장면들을 보면 '왕의 남자'나 '황산벌'처럼 권세가들을 조롱하는 이 감독 특유의 비판 정신은 살아 있다. 하지만 풍자와 해학 속에 뼈있는 메시지를 ..

이장과 군수

초등학교 시절, 반장과 부반장을 나란히 맡던 단짝 친구가 자라서 이장과 군수로 다시 만났다. 하지만 반장의 인기에 눌려 만년 부반장에 머물러야 했던 친구는 군수가 됐고, 반장 자리 한 번 놓치지 않던 친구가 그 밑에서 이장을 지내게 됐으니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 따로 없다. '선생 김봉두' '여선생 VS 여제자' 등 따뜻한 코미디를 주로 만든 장규성 감독의 '이장과 군수'는 엇갈린 두 친구의 우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다. 차승원, 유해진 등 코미디에 일가견있는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고 변희봉, 연규진, 이원종 등 연기파 배우들이 주, 조연을 맡아 이야기를 꾸려 간다. 그러나 기대만큼 웃음이 터지지 않는다. 장 감독이 DVD 부록에서도 밝혔듯이 방폐장 유치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정치 풍자 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