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차이코프스키 4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블루레이)

발레 공연에 익숙한 사람들도 매튜 본의 무용극 '백조의 호수'(Matthew Bourne's Swan Lake, 2012년)를 보면 당혹스러울 수 있다.우리가 익히 아는 그 공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한마디로 파격적이다.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동일하게 사용하지만 기존 발레극의 모든 것을 뒤업는 파격을 통해 가치 전복을 시도한다. 가장 놀라운 것은 백조들이다.이 공연의 백조들은 모두 근육이 우락부락한 남성들이다. 하늘하늘한 레이스가 달린 흰색 발레복을 입은 여성들이 차이코프스키의 곡에 맞춰 우아하게 무대 위를 수놓는 모습은 볼 수 없다.대신 거친 남성들이 위압적이며 거칠고 폭력적인 백조를 연기한다. 때로는 그 모습이 기괴하고 공포스럽기까지 하다.이 같은 백조의 변신은 출발부터 다른데서 시작됐다. 기..

더 콘서트 (블루레이)

라두 미하일레아누 감독의 '더 콘서트'(The Concert, 2009년)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예술에 빗대어 표현한 영화다.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백야'(http://wolfpack.tistory.com/entry/백야)처럼 정부의 억압된 정책 때문에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던 예술인들이 우연히 알게 된 서방의 공연 정보를 계기로 다시 예술혼을 불태우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결코 정치적이거나 심각하지 않고 코믹하다. 주인공 일행은 명문인 볼쇼이 오케스트라 행세를 하면서 일종의 대사기극을 연출한다. 물론 결말의 반전은 예상 가능한 뻔한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기대를 하고 보게 만드는 것은 음악의 힘이다. 초반 흘러나오는 모짜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이나 대미를 장식하는 차이코프스키의 ..

블랙스완 (블루레이)

요즘 빅뱅의 '몬스터'라는 노래를 꽤 좋아하는데, 이 노래를 듣다보면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블랙스완(Black Swan, 2010년)이 생각난다. 완벽을 추구하는 예술가들의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환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인데, 결국 주인공은 자기와의 싸움에서 처참하게 무너지며 괴물이 되고 만다. 그래서 그런지, 빅뱅의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이 영화하고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백조의 호수'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백조와 흑조를 한 명의 발레리나가 연기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이 되어야 하는 설정은 그대로 주인공의 자아분열로 이어진다. 이를 감독은 긴장감있는 영상과 공포스런 설정으로 절묘하게 묘사했다. 영화를 보다보면 주인공의 스트레스가 그대로 ..

환타지아 SE (블루레이)

언제나 사람들에게 꿈과 낭만을 심어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월트 디즈니는 1940년 '환타지아'(Fantasia, 1940년)로 클래식과 애니메이션의 만남이라는 환상적인 결합에 도전한다. 당시 디즈니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성공으로 꽤 많은 돈을 벌었기에, 자신의 생각이 큰 성공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다. 갖고 있던 모든 자산을 털어부은 것은 물론이고 1,000여명의 제작진이 3년 간 오로지 이 작품에 매달렸다. 뿐만 아니라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클래식 사운드를 위해 스테레오가 나오기도 전에 최초의 극장용 멀티시스템인 판타사운드라는 독특한 음향 시스템까지 개발했다. 그러나 이렇게 공들인 디즈니의 작업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그가 얘기한 꿈과 환상은 제 2차 세계대전 발발로 사람들이 돌아볼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