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찰리 채플린 14

찰리 채플린의 삶과 예술

위대한 예술가 찰리 채플린처럼 극과 극을 달린 사람도 드물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빈민구호소를 전전하며 힘들게 산 그는 타고난 예술적 재능으로 20대 후반에 백만장자가 됐다. 채플린이 만든 무성영화는 세계 곳곳에서 히트를 쳤고, 더불어 숱한 여성들과 염문을 뿌렸다. 유성영화 등장 이후에도 예술적 재능이 사그라들지 않았으나 오히려 뜻하지 않은 정치적 역풍을 맞아 그의 삶의 터전이었던 미국에서 추방 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결국 1970년대 들어 아카데미상을 받으며 미국과 화해하긴 했지만 채플린은 말년을 망명지인 스위스에서 보냈다. 워너브라더스에서 나온 채플린 콜렉션에 포함된 '찰리 채플린의 삶과 예술'(The Life and Art of Charles Chaplin) DVD는 이러한 채플린의 일생..

파리의 여인

찰리 채플린이 각본, 연출에 작곡까지 한 '파리의 여인'(A Woman of Paris, 1923년)에는 채플린이 나오지 않는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딱 한 컷 지나가지만 아무도 채플린인 줄 모른다. 채플린은 기차역의 짐꾼으로 카메오처럼 나오는데, 그것도 고개를 숙이고 짐을 들고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봐도 알아보기 힘들다. 특이한 것은 이 작품이 코미디가 아니라 정통 멜로 드라마라는 점. 영화는 사랑했으나 운명의 장난으로 엇갈리게 되는 연인들의 슬픈 이야기를 다뤘다. 채플린이 이 작품을 만든 이유는 비평가들 때문이다. 몇 몇 비평가들이 무성영화는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비판하자, 채플린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그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소품 ..

뉴욕의 왕

찰리 채플린이 제작 각본 감독 주연에 작곡과 지휘까지 한 '뉴욕의 왕'(A King in New York, 1957년)은 그가 출연한 마지막 영화다. 그리고 그의 아픔과 시련, 분노가 담긴 영화다. 찰리 채플린은 매카시즘 열풍이 몰아치던 1940년대 말 미국 극우파들로부터 반미주의자, 즉 빨갱이가 아니냐는 공격을 받았다. 제 2 차 세계대전 때 구 소련을 지원해 유럽에 제 2 전선을 펴야 한다는 지원 연설과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지 않는 것이 비난의 원인이 됐다. 극우단체들이 몰려가 채플린의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앞에서 개봉 반대 시위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자 그는 1952년 도망치듯 미국을 떠났다. 채플린은 영국으로 가는 배 위에서 미국의 추방통지서를 받았고, 결국 스위스에 안착한다. 채플린이 공들여 할리..

채플린 레뷔 = 채플린 회고

'채플린 회고'(The Chaplin Revue, 1959년)는 1918년부터 23년까지 찰리 채플린이 만든 '개같은 인생' '어깨총' '순례자' 등 3편의 중편을 묶은 작품이다. 여기에 워너브라더스에서 나온 2장짜리 DVD 타이틀은 '하루의 기쁨' '양지' '유한계급' '월급날' 등 1919년부터 22년까지 나온 중단편을 추가해 총 7편을 선보였다. 이 작품들은 미국에 정착한 채플린이 오렌지밭이었던 할리우드에 처음으로 자신의 스튜디오를 세운 뒤 본격적으로 쏟아낸 영화들이다. 채플린은 여기서 끼니 때우기 조차 막막한 고단한 서민들의 삶을 떠돌이 캐릭터를 통해 투영했다. 채플린의 상징이 된 떠돌이가 등장해 채플린의 장기인 팬터마임과 절묘한 시간차를 이용한 슬랩스틱 코미디로 사람들을 웃긴다. 그런 점에서 이..

서커스

찰리 채플린이 쓴 '나의 자서전'에서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는 작품이 있다. 바로 1928년에 만든 '서커스'(The Circus, 1928년)다.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제작에 얽힌 진절머리나는 기억 때문이다. 채플린은 이 작품 제작 당시 안팎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키드'를 촬영하며 만난 두 번째 부인 리타 그레이와 결혼 생활이 파경을 맞아 이혼소송 중이었다. 8개월간 이어진 이혼 소송으로 촬영이 중지됐고, 리타 그레이에게 빼앗길까봐 필름을 숨겨야 했다. 뿐만 아니라 촬영 9개월째 커다란 화재가 발생해 세트가 모두 타버렸다. 어렵게 재개한 촬영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엔딩에 나오는 마차를 몽땅 도둑맞는 일도 발생했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으며 채플린은 심신이 모두 지쳐버렸다. 그러니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