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천우희 3

곡성(블루레이)

'추격자' '황해' 등 스릴 넘치는 작품을 만든 나홍진 감독은 '황해'를 마치고 나서 우리나라에서는 왜 오컬트 영화가 잘 되지 않는 지 의문을 가졌다. 그는 그 이유를 성경의 틀 안에서만 찾으면 답이 없다고 보고 그러기 위해 아시아 토속 종교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등장한 작품이 '곡성'(2016년)이다. 이 영화는 제목과 동일한 발음의 전남 곡성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연쇄살인을 다루고 있다. 원래 지명이 제목이었으나 지역 사회의 반발이 커서 한자로 울음소리를 뜻하는 동음이의어 哭聲으로 제목을 바꿨다. 곡성에서 잇따라 엽기적인 연쇄살인이 벌어지는데 경찰은 그 답을 찾지 못한다. 급기야 경찰관 집안마저 괴이한 일을 겪게되자 무당을 불러 굿을 한다. 이 과정에서 멀리 바다건너 들어온 일본 귀신과 ..

한공주 (블루레이)

이수진 감독의 '한공주'(2013년)는 치유와 아픔의 영화다. 성폭행을 당한 여주인공이 이를 극복하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어찌보면 자극적인 소재일 수 있는데 원인이 된 사건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황이 워낙 끔찍하기에 드러내놓고 묘사하지 않아도 그 뒷부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서 보는 내내 참으로 고통스럽다. 내용을 보면 2004년 발생한 밀양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떠오른다. 감독은 직접적으로 해당 사건을 언급하지 않지만 가해학생들이 집단으로 장기간에 걸쳐 여학생 두 명을 번갈아 성폭행하고 사건이 드러난 뒤에 가해자들의 부모들이 피해학생을 핍박한 정황, 경찰에서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모멸감을 준 일 등이 영화 내용과 흡사하다..

손님

김광태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손님'(2015년)은 우리에게 익숙한 독일 우화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모태로 했다. 6.25 전쟁 직후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서울로 향하던 악사(류승룡)가 산골 외딴 마을에서 겪게 되는 괴이한 이야기를 다뤘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이야기가 어찌 흐를 지 뻔히 짐작이 간다. 마을을 습격한 쥐떼와 악사가 나서서 이들을 퇴치한 뒤 전개되는 내용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로 승부를 걸려면 결국 남는 것은 볼거리 뿐이다. 그래서 김감독은 간간히 집어 넣은 유머 코드와 영화 '이끼'를 연상케 하는 괴이한 분위기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어설픈 유머는 그다지 파괴적이지 않고 괴이한 분위기는 '이끼'와 너무 닮았다. 마을을 지배하는 위압적인 촌장과..

영화 201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