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천정명 3

푸른 소금

이현승 감독의 '푸른 소금'은 간이 덜 밴 소금구이같은 영화다. '첩혈쌍웅' 같은 1980년대 홍콩 느와르 정서와 세련된 뮤직비디오를 닮은 영상이 어우러졌는데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느와르 액션이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하고, 오히려 로맨스물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저격용 소총을 휘두르는 여자 암살자와 알고도 모른체 하는 조폭 두목의 연정이라는 설정 자체부터 부자연스럽다. 그 속에 한 없이 강한 척 하는 여전사와 마냥 쿨한 아저씨의 이미지는 오히려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영화의 성격을 애매하게 만들었다. 이야기 또한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어차피 영화라는게 허구이긴 하지만 손쉽게 오가는 총기 거래나 서부극처럼 총질이 난무하는 장면들은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지나쳤다. 또 실종된 여주인공의 친구를..

영화 2011.09.10

태풍태양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정재은 감독의 '태풍태양'(2005년)을 보면 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고양이를 부탁해'로 데뷔한 정재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과 반대로 소년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소요(천정명)가 어그레시브 인라인 스케이팅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꿈을 키우는 내용이다. 성장 영화가 그렇듯 인물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통해 내적 고뇌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러나 주인공 외에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다보니 이야기가 분산되는 느낌이다. 따라서 보고 나면 인라인 스케이팅 묘기 외에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런 점에서 정작 본류는 놓치고 소소한 볼거리만 잡은 영화가 돼버렸다. 2.35 대 1 애너모픽..

강적

조민호 감독의 '강적'(2006년)을 보면서 내내 궁금했던 것은 제목이었다. 영화는 폭력조직의 하수인 노릇을 하다가 살인누명을 뒤집어 쓴 사나이(천정명)와 난치병에 걸린 아들을 둔 가난한 형사(박중훈)의 혈투를 다루고 있다. 쓰러지고 깨지는 두 주인공을 보면서 과연 강적의 의미가 무엇이며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못내 궁금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풀리지 않았던 의문은 DVD에 실린 감독의 음성해설을 듣고서야 풀렸다. 감독 왈, "빈주먹이 강적"이라는 것. 가진 것 없어도 자기 생각이나 주관을 당당하게 펼칠 수 있다면 강적이라는 소리다. 감독의 해설을 듣지 않으면 영화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 작품의 한계다. 메시지 전달에 실패하다보니 영화는 계속 이야기가 겉돌며 늘어진다. 조 감독이 액션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