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리소설 3

셜록 홈즈(4K 블루레이)

1887년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한 명탐정 셜록 홈스는 지금까지 숱한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온전히 본래 모습을 지킨 적도 있고 새롭게 재창조된 경우도 있다.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 홈즈'(Sherlock Holmes, 2009년)는 새롭게 재창조된 셜록 홈스다. 시대 배경은 셜록 홈스가 활약한 1890년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이지만 주인공의 모습은 소설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것들과 다르다. 이 작품 속의 셜록 홈스는 액션 영웅에 가깝다. 가만히 앉아서 추리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범인 체포 현장에 뛰어들어 갈고닦은 무술 솜씨로 악당들과 싸움을 벌인다. 액션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안락의자형 탐정이라기보다는 007에 가깝다. 액션도 영춘권에 가까운 독특하게 고안한 무술을 사용..

프레드릭 포사이드와 '재칼의 날'

파리 테러를 보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프레드릭 포사이드(Frederick Forsyth)다.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집필한 책들이 전세계에서 7,000만권 이상 팔릴 만큼 인기 작가인 그는 냉전이 끝나면 더 이상 다룰 소재가 없지 않냐는 우려에 대해 한마디로 일축했다. "테러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포사이드는 오히려 냉전시대에 활약한 스파이나 이들을 잡기 위한 방첩기관 요원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봤다. 일부는 경호 등 사설보안요원으로, 일부는 누구 편이 됐든 용병으로 뛸 것이란 예측이다. 그렇게 쏟아져 나온 전문가들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영화에 흔히 나오는 악당이나 테러리스트들을 가르치는 교관이 될 수 있다. 오랜 준비를 통해 동시다발적..

2015.11.21

악마의 씨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수작 '악마의 씨'(Rosemary's Baby, 1968년)는 영화보다 책으로 먼저 만났다. 1970, 80년대 검은 색 표지가 특징이었던 손바닥만한 동서추리문고에서 '로즈마리 베이비'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당시 읽기 힘든 세로쓰기 문고판인데도, 악마숭배자들이 평범한 여인을 유인해 악마의 자식을 임신하게 만드는 내용이 어찌나 충격적이던지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흥미진진한 이 작품을 쓴 주인공은 걸출한 추리소설 작가 아이라 레빈. 그는 많지 않은 작품을 썼지만 데뷔작 '죽음의 키스'부터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스텝포드 와이프'까지 모두 뛰어난 작품성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영화화됐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인 '악마의 씨'는 제목 그대로 악마 숭배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