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츠카모토 타카시 2

태양의 노래(블루레이)

불치병에 걸린 여학생을 사랑하는 남학생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는 1970년대 우리 학원물에서 흔히 보던 소재다. 당시 이덕화, 임예진이 출연했던 '진짜진짜 좋아해' '진짜진짜 잊지마' '진짜진짜 미안해' 등 '진짜진짜' 시리즈는 이 같은 소재로 인기를 끌었다. 코이즈미 노리히로 감독의 '태양의 노래'(Midnight Sun, 2006년)도 불치병을 앓는 여고생과 남학생의 눈물겨운 사랑이야기라는 소재만 놓고보면 70년대 우리 학원물과 비슷하다. 그러나 70년대 우리 학원물처럼 억지로 눈물을 쥐어짜는게 아니라 깔끔하고 단정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점이 다르다. 특이한 것은 여주인공의 질병. 가수 유이가 연기한 주인공 카오루는 Xeroderma Pigmentosum이라는 희귀한 병을 앓는다. 줄여서 XP로 부르..

아웃레이지

비정한 조폭들의 세계를 다룬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나 '소나티네'가 인상깊었다면 '아웃레이지'(Outrage, 2010년)를 볼 때는 두 작품을 잊는게 좋다. 같은 감독이 각본 연출 편집에 주연까지 했지만 기대에 크게 못미쳤기 때문이다. 심지어 '브라더스'만도 못하다. 기타노 다케시가 만든 이 작품은 그의 특기인 야쿠자 영화다. 조직에서 출세하기 위해 배신과 권모술수를 일삼는 야쿠자들의 비정함을 다룬 내용. "더 이상 의리를 찾지 않는다"는 대사처럼 예전같지 않은 야쿠자들의 세계를 잔혹 폭력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기타노 다케시 특유의 조직에 매몰되지 않은 사내의 비장미는 보이지 않고 밑도 끝도 없는 폭력만 남았다. 아무리 기타노 다케시가 "죽이는 방법을 먼저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든" 영화라고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