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카를로비바리 3

007 카지노로얄(4K 블루레이)

제임스 본드가 달라졌다. 21번째 007 시리즈인 '카지노 로얄'(Casino Royal, 2006년)에 한 마리 들짐승같은 제임스 본드가 등장한다. 말쑥한 옷차림으로 여자들을 유혹하는 바람둥이 기질, 어떤 싸움에서도 다치는 일 없이 적들을 모두 제압하는 슈퍼맨같은 007은 사라졌다. 또 기존 시리즈의 전매특허였던 황당무계한 비밀무기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 바람에 비밀무기를 만들어주던 Q도 사라졌다. 아울러 007의 트레이드마크인 마티니도 마시지 않는다. 플레이보이 겸 슈퍼맨 같은 첩보원과 비밀무기가 빠진 007 시리즈는 온전한 액션물로만 존재한다. 여기 맞춰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007은 더 할 수 없이 거칠고 비정하며 폭력적이다. 티모시 달튼을 제외하고 숀 코네리,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넌, ..

박하사탕 (블루레이)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 후, 철로 위에 올라 선 설경구의 얼굴이 스크린을 가득 메우며 달려오는 기차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의 인상이 어찌나 강렬하던 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년) 하면 우선 떠오른다. '초록 물고기'로 감독 데뷔한 이창동 감독이 두 번째로 만든 이 영화는 설경구가 연기한 영호라는 인물이 겪은 20년을 다루고 있다. 1979년부터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1999년까지 현대사의 가장 아픈 부분이 한 인물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를 위해 각본을 직접 쓴 이 감독은 영호의 죽음부터 과거로 시간을 되짚어 올라가는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했다. 시간을 거꾸로 올라가는 방식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

체코의 까를로비바리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쯤 달리면 나오는 곳이 숲 속에 자리잡은 마을 까를로비바리, 영어식으로 읽으면 카를로비바리이다. 이 곳은 아름다운 온천 휴양지로 유명하다. 프라하의 까를교의 주인공인 까를 4세왕이 숲에서 사냥을 하다가 사슴이 빠진 것을 보고 발견하게 된 온천이다. 물론 목욕도 할 수 있지만, 목욕보다는 위장병에 좋다는 소문이 나서 주로 마시는데 이용한다. 작은 소도시지만 거리 양 편으로 중세 시대 풍의 아름다운 집과 호텔이 늘어서 있고 군데군데 온천수를 마실 수 있는 시설이 있다. 물론 공짜다. 온천 맛은 척색이나 오색온천처럼 철분이 많아서 비릿한 쇠맛이 난다. 그나마 좀 낫게 마시려면 이 곳의 명물인 웨하스를 한 장 사서 먹은 뒤 온천물을 입가심으로 마시면 잘 넘어간다. 이 곳..

여행 2011.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