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카를로스 사우라 4

돈 조반니

모짜르트의 유명한 오페라 '돈 조반니'는 작곡가 못지 않게 작사가도 유명하다. 작사가는 바로 로렌조 다 폰테다. 로렌조 다 폰테는 특이한 삶을 산 인물이다. 베니스에서 유대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천주교로 개종해 신부가 됐다. 하지만 본래 타고나기를 술과 음악, 여자와 도박을 너무 좋아했다. 결국 신부가 돼서도 바람둥이처럼 살다가 들켜서 사제단의 명령으로 15년 동안 베니스에 돌아올 수 없는 추방형을 받았다. 그때 평소 친하게 지냈던 유명한 역사적 바람둥이 카사노바의 조언에 따라 오스트리아 빈으로 옮겼다. 다 폰테는 그곳에서 뛰어난 천재 모짜르트를 만나 가극을 쓰게 됐다. 특히 그가 대본을 쓴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여자는 다 그래'는 다 폰테 3부작으로 불린다. 그만큼 모짜..

까마귀 기르기

스페인의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 작품 또한 음악이 좋기로 유명하다. '탱고' 카르멘' 등은 훌륭한 음악 덕분에 영상이 더욱 빛났다. '까마귀 기르기'(Cria Cuervos, 1976년)도 마찬가지. 그의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 초기작은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치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 소녀의 이야기다. 소녀는 남편의 바람끼 때문에 괴로워하던 어머니가 병들어 죽어가던 광경과 애인하고 잠자리 도중 침대에서 죽은 아버지를 목격한다. 부모의 죽음 이후 여름 한철 소녀를 꼼짝 못하게 하는 이모는 프랑코 치하의 독재정권 시절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소나기처럼 힘들고 암담했던 시절은 지나가고, 소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등교를 한다. 부모의 죽음을 지켜본 소녀의 기억 속에는 암담했던 현실을 잊게 해주는 ..

탱고

카를로스 사우라(카를로스 자우라) 감독의 '탱고'(Tango, 1998년)는 쟁쟁한 거장들이 참여한 영화다. 우선 스페인의 명장으로 꼽히는 사우라 감독을 비롯해 유명한 '미션 임파서블' '용쟁호투' 등의 음악을 만든 랄로 쉬프린, '지옥의 묵시록'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마지막 황제' 등을 찍은 비토리오 스토라로 촬영 감독 등이 음악과 촬영을 맡았다. 그만큼 이 영화은 음악과 영상이 훌륭하다. 내용은 아르헨티나 영화 감독이 탱고를 이용한 뮤지컬 영화를 만들며 여배우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구성이 그의 또다른 걸작인 '카르멘'과 많이 닮았다. 작품 속 작품의 이야기가 주인공의 심경을 반영하는 픽처 인 픽처 스토리부터 역동적이고 웅장한 군무, 반주없이 이어지는 댄스, 신예 스타와 사랑에 빠지는 감독..

카르멘

대학시절 비디오테이프로 처음 만난 카를로스 자우라(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카르멘'(Carmen, 1983년)은 충격적인 감동 그 자체였다. 이야기는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원작 소설과 비제의 오페라로 익히 알려진 같은 내용이지만, 이를 플라멩코로 표현한 춤과 영상이 기가 막혔다. 소설과 같은 줄거리를 취한 영화는 현실과 극중 공연을 오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이한 것은 상당 부분 이야기 전개를 춤으로 대신하는 점이다. 카르멘과 담배 공장 여공의 결투를 비롯해 질투에 눈이 먼 남자 주인공의 싸움까지 모든 것이 플라멩코로 대체됐다. 특히 여러 사람이 발을 구르며 긴박하게 펼쳐지는 군무나, 아무 음악없이 오로지 탭댄스 같은 발 박자와 지팡이를 두드리는 소리로 펼쳐지는 대결 장면은 압권이다. 어떻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