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칸느 2

종횡사해 (블루레이)

오우삼 감독의 '종횡사해'(縱橫四海, 1991년)는 유쾌한 도둑영화 중 하나다. '오션스 일레븐' '이탈리안잡'처럼 낭만적인 도둑들이 기발한 방법으로 물품을 훔친 뒤 이를 노린 악당들과 싸우는 이야기다. 유쾌한 도둑들 이야기의 특징은 중심에 돈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복수가 됐든 사랑이 됐든 다른 이유로 물건을 훔치고 부수적으로 돈이 따라 붙는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에 대해 면죄부와 정당성을 부여하고 아울러 재미를 추구한다. 이 작품 역시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자가 낀 3인조 일당이 세계적인 명화를 훔치는 과정에서 음모에 휘말리고 급기야 동료를 잃는 비극을 겪는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 굴하지 않고 다시 뭉쳐 명화도 되찾고 악당을 응징한다..

안티크라이스트(블루레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안티 크라이스트'(Antichrist, 2009년)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2009년 칸영화제 기자회견이다. 당시 영화 상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느 기자가 던진 질문이 화제였다.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해명하시오." "해명? 해명을 하라고? 내가 왜 해명을 해야 하나. 본 그대로 느끼면 된다. 감독이 작품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야 하나. 난 그럴 수 없다." 기자도 만만찮았지만 그의 당돌한 질문에 화가 난 트리에 감독은 한 발 더 나아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이다. 나보다 더 뛰어난 감독은 보지 못했다. 물론 모든 것을 창조한 하나님은 나보다 위대하다." 급기야 트리에 감독이 스스로를 가리켜 '하늘 아래 가장 위대한 감독'이라고 천명하게 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