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칼 말덴 2

신시내티 키드

스티브 맥퀸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상살이 모든 것이 녹아있는 듯한 표정 때문이다. 그의 얼굴은 다면적이다. 때로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리는 낙관과 절해고도에서 맞닥뜨린 깊은 우울 및 절망, 그리고 인생의 씁쓸함과 고독한 영웅의 강인함까지 그의 얼굴에는 모두 녹아 있다. 같은 이유로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같은 배우들도 좋아한다. 스티브 맥퀸의 표정 연기가 제대로 녹아 있는 명작이 바로 '신시내티 키드'(The Cincinnati Kid, 1965년)이다. 그가 출연한 '대탈주'나 '황야의 7인' '게터웨이' 같은 액션물이나 '타워링' '빠삐용' 등의 대작은 아니지만 최고의 도박사들이 벌이는 숨막히는 승부의 세계를 다뤘다. 이 작품의 묘미는 절제된 대사 속에 표정 하나로 긴장..

썸머타임 킬러

1980년대 학창 시절, 여름이면 FM 라디오에서 귓가를 서늘하게 울렸던 음악이 있다. 바로 그룹 컨트리 러버스가 부른 'Run And Run'이다. 국내 커피음료 CF에도 쓰였던 이 곡은 유명한 이탈리아 음악가 루이스 바칼로프가 영화 '썸머타임 킬러'(Summertime Killer, 1972년)의 삽입곡으로 만들었다. 정작 영화보다 음악이 더 유명했던 이 작품이 최근 DVD로 출시됐다. 이 영화는 오로지 이 작품 외에 알려진 게 없는 안토니오 이사시 이사스멘디(Antonio Isasi-Isasmendi) 감독이 만들었다. 감독이 직접 극본까지 쓴 이 작품은 어려서 아버지를 죽인 악당들을 찾아다니며 복수하는 청년의 이야기다. 청년은 이 와중에 악당의 딸과 사랑에 빠지며 영화가 애틋하게 흐른다. 줄거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