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케이트 블란쳇 14

캐롤(블루레이)

'태양은 가득히' '리플리' '열차 안의 낯선 자들' 등 여러 스릴러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여성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는 1950년대 뉴욕의 백화점에서 판매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그는 손님으로 들린 우아한 부인에게 매혹돼 뉴저지 집까지 몰래 따라가 부인을 엿보았다. 동성애자였던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여성들의 동성애를 다룬 소설 '소금의 값'을 써서 클레어 모건이라는 가명으로 출간했다. 굳이 가명으로 낸 이유는 1950년대 미국에서 동성애가 정신병이자 범죄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들어 동성애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뒤 하이스미스는 제목을 '캐롤'로 고치고 본명으로 다시 출간했다. 그렇다고 하이스미스의 사연을 마냥 안타깝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반지의 제왕2 두 개의 탑(4K 블루레이)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2 두 개의 탑'(The Lord of the Rings: The Two Towers, 2002년)은 시리즈가 본격적인 정점으로 치달은 작품이다. 각종 기괴한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오며 스펙타클한 전투장면을 연출하면서 3편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 놓았다. 특히 이 시리즈 가운데 최대의 성공 캐릭터로 꼽히는 골룸이 본격 등장한다. 골룸은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이 다투는 복잡다단한 심리를 투영한 존재. 그렇다고 이 작품이 단순 볼거리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다. 원작자인 톨킨이 그러했듯 처참한 전투장면과 전쟁을 준비하며 이별하는 가족의 슬픔, 죽음을 눈 앞에 둔 사람들의 공포스러운 표정을 통해 반전 메시지를 전달한다. 워낙 대규모 전투 장면이 많다보니 곳곳에 컴퓨터그래픽(CG)이 ..

아임 낫 데어(블루레이)

밥 딜런(1941~)은 다재다능한 예술가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이면서 화가이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이다. 서부극 '관계의 종말'을 비롯해 몇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유대인인데도 기독교에 빠져 가스펠을 부르며 복음을 전파했다. 한 가지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이토록 여러 가지 분야에서 활약한 것을 보면 타고난 천재인 모양이다. 특히 그가 대중음악에 미친 영향은 독보적이다. 1960년대 딜런의 포크 음악은 당시 플라워 무브먼트와 함께 미국을 휩쓸었다. 단순히 유행가로 인기를 얻는데 그친 것이 아니다. 평화와 반전, 차별 반대와 화합을 부르짖은 정치색 강한 그의 노래들은 그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를 내뿜는 선동이었다. 1963년 발표한 앨범 'Freewheeling'이 대표적으로, 대중뿐 아니라 많은 영미권 ..

트루스(블루레이)

2004년 미국에서 일어난 래더 게이트는 언론계에 중요한 사건이었다. 당시 미국 지상파 방송사 중 하나인 CBS의 간판 시사보도 프로그램 '60분'은 미국 대통령 관련 중요한 특종을 했다. 당시 재선에 나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과거 군 복무 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1960년대 부시 전 대통령이 월남전 파병 징집을 피하기 위해 텍사스주 방위군에 자원해 조종사로 복무했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부시가 텍사스에서 정상적인 군 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군의 혜택을 받아 기지를 벗어나는 등 편하게 생활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1년이나 비어 있는 부시의 미 공군 복무 기록을 제시했다. 기록에 따르면 부시는 기지를 무단이탈해 1972년 8월 1일 자로 조종사 자격을 정지당했다. 선거를 앞두고 크게..

로빈 후드 (4K 블루레이)

영국의 전설적 영웅 로빈 후드는 서양판 홍길동이다. 둘 다 못된 부자나 탐관오리를 털어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의적이었다. 다만 홍길동은 허균이라는 원작자가 있는 반면 로빈 후드는 백성들의 입을 통해 전해져 온 민담이라는 점이 다르다. 그만큼 로빈 후드가 실존 인물인지, 가공의 인물인지도 불분명하다. 무리들과 숲에 숨어 살면서 신기에 가까운 활 솜씨로 악당들을 혼내주고 약자를 돕는 로빈 후드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매혹적이다. 당연히 숱한 문학 작품과 영화의 소재가 됐다. 영화만 해도 더글라스 페어뱅크스가 주연한 무성영화 '로빈후드'(1922년)를 비롯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숀 코네리와 오드리 헵번 주연의 '로빈과 마리안'(1976년),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로빈 훗'(1991년) 등 다양하다. 여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