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코미디 18

더 허슬(블루레이): 여성들의 사기극

크리스 에디슨 감독의 '더 허슬'(The Hustle, 2019년)은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애버트와 코스텔로식 코미디 영화다. 뚱뚱이와 홀쭉이의 원조인 애버트와 코스텔로는 상반된 외모와 성격에도 불구하고 콤비를 이뤄 죽이 잘 맞는 희극을 선보였다. 오히려 서로 다른 극단적 외모와 성격의 불균형이 뜻하지 않은 웃음을 유발했다. 이후 애버트와 코스텔로는 불일치의 조화라는 모순된 코미디의 전형을 이룬 셈이다. 이 작품에서 앤 해서웨이와 레벨 윌슨은 애버트와 코스텔로 역할을 한다. 기발한 사기극으로 꽤 많은 돈을 모은 조세핀(앤 해서웨이)은 우연히 만난 초보 사기꾼 페니(레벨)와 짝을 이뤄 부호들을 털기 위한 대형 사기극을 공모한다. 마치 한편의 연극처럼 잘 꾸민 그들의 사기극에 여러 남자들이 걸려들어 돈을 털린..

빅터 빅토리아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이 만든 '빅터 빅토리아'(Victor Victoria, 1982년)는 참으로 독특한 작품이다. 에드워즈 감독 영화 중에 이런 작품이 있었나 싶을 만큼 잘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액션이 섞인 코미디를 잘 만든 그의 영화 중에 드물게 뮤지컬 장르다. 여기에 동성애를 소재로 다뤘으며 그 중심에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맑고 고운 목소리를 지닌 가정교사로 나온 줄리 앤드류스가 게이를 가장한 남장 여성으로 등장한다. 음악은 '티파니에서 아침을' '핑크 팬더' 등 히트곡들을 줄줄이 만든 헨리 맨시니가 맡았다. 헨리 맨시니는 영화음악을 많이 만들었지만 뮤지컬 스코어를 쓰지는 않았는데, 이 작품이 예외다. 그는 이 작품으로 1982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내용은 밥 먹을 돈조차 없을 정도로..

크라임웨이브

할리우드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주목 받는 코엔 형제와 샘 레이미 감독은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뉴욕대 영화과를 나와 다양한 영상작업현장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던 조엘 코엔은 샘 레이미 감독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에 발을 들여 놓게 됐다. '이블 데드'를 만들던 샘 레이미는 조엘 코엔의 감각을 눈여겨 보고 보조 편집으로 기용했다. 조엘 코엔은 마침 영화편집에 관심이 많아 '이블 데드'를 계기로 영화 편집에 눈을 뜨게 됐다. 코엔 형제는 샘 레이미 감독이 '이블 데드'에서 보여준 정신없이 빠른 카메라 움직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이 작품 이후로 샘 레이미와 코엔 형제는 친구가 됐다. 이렇게 친해진 레이미 감독과 코엔 형제는 한때 같은 아파트에서 함께 살며 서로의 작품에 십시일반 도움을 줬다. 레이..

그루지 매치 (블루레이)

'록키'(http://wolfpack.tistory.com/entry/록키-DE)의 록키 발보아와 '분노의 주먹'(http://wolfpack.tistory.com/entry/분노의-주먹-SE)의 제이크 라모타는 실베스터 스탤론과 로버트 드 니로를 대표하는 캐릭터이다. 그런데 두 배우가 자신들을 유명하게 만든 캐릭터를 제대로 비틀었다. 피터 시걸 감독의 '그루지 매치'(Grudge Match, 2013년)는 록키와 라모타의 권투 대결을 다룬 스포츠 코미디다. 실명 그대로 등장하지 않지만 두 배우의 설정과 장면들은 누가 봐도 록키와 라모타이다. 지난 4월 터키행 비행기에서 처음 봤는데, 큰 웃음이 터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원작을 슬쩍 슬쩍 비튼 장면들이 나름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만큼 원작을 알고 보면..

서유기 월광보합 (블루레이)

유진위 감독의 '서유기 월광보합'(1994년)은 주성치가 손오공으로 나오는 서유기 시리즈 두 편 가운데 첫 번째에 해당한다. 두 편의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지는 만큼 서로 다른 작품이라기 보다는 전편에 해당한다. 내용은 과거 손오공이라는 기억을 잊고 도적 무리의 두령으로 살아가는 지존보가 자신을 찾는 이야기다. 중국 4대 기서 중 하나인 '서유기'에 뿌리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원작에서 캐릭터만 빌려 왔을 뿐 이야기는 완전 다르다.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는 등 SF 요소에 중국식 판타지가 섞인 점이 특이하다. 여기에 '도성'으로 뜬 코미디 스타 주성치가 강점을 갖고 있는 모레이타우와 액션이 뒤범벅돼 적당한 웃음을 선사한다. 모레이타우란 말이 되지 않는 억지스런 상황을 만들어 황당한 웃음을 선사하는 중국 특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