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코엔형제 4

인사이드 르윈(블루레이)

1960년대는 미국이나 우리나 포크음악의 시대였다.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우리 대중문화는 1960년대 쎄시봉을 중심으로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등 포크 가수들이 주류를 이루며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도 마찬가지. 밥 딜런으로 대표되는 미국 포크음악은 존 바에즈, 피터 폴 앤 메리를 거쳐 사이먼 앤 가펑클까지 미국의 서정적인 감성을 대변했다. 조엘과 에단 등 코엔 형제가 이번에는 1960년대 포크 음악에 꽂혔다. 그들이 만든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 2013년)은 밥 딜런이 등장하기 전인 1960년대 미국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불운한 포크 가수의 삶을 다뤘다. 카페를 전전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포크 가수 르윈(오스카 아이삭)은 불투명한 미래 못..

아리조나 유괴사건 (블루레이)

1984년 '블러드 심플'로 데뷔한 코엔 형제의 영화는 언제나 특이한 소재로 허를 찌르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의 두 번째 작품 '아리조나 유괴사건'(Raising Arizona, 1987년)도 마찬가지. 아기를 낳지 못하는 부부가 아이가 많은 집에서 아기를 유괴해 키우는 이야기다. 부부의 조합도 특이하다. 어수룩한 전과자가 남편(니콜라스 케이지)이고, 전직 경찰이 부인(홀리 헌터)이다. 여기에 탈옥한 남편의 친구가 찾아오고 수류탄으로 무장한 현상금 사냥꾼이 아기를 잃은 부모를 대신해 추적에 나서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언뜻보면 무시무시하고 심각할 것 같지만 내용은 요절복통 코미디로 흐른다. 아기를 유괴하는 과정이나 아기를 위해 강도짓을 할 때, 탈옥한 죄수 및 현상금 사냥꾼과 싸울 때도 뜻하지 않은..

바톤 핑크 (블루레이)

코엔 형제의 '바톤 핑크'(Barton Fink, 1991년)는 공간과 소리가 주는 긴장감이 일품인 영화다. 조엘 코엔이 감독하고 에단 코엔이 제작한 이 작품은 뉴욕에서 잘 나가는 극작가 바톤 핑크(존 터투로)가 할리우드에 초빙돼 영화 대본을 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품성을 중시하는 핑크가 흥행을 앞세운 할리우드의 입맞에 맞춘다는 것은 처음부터 쉽지 않은 얘기다. 결국 날이면 날마다 파지만 만드는 핑크는 창작의 괴로움에 모기 소리에도 반응할 만큼 신경이 곤두선다. 특히 공간이 주는 긴장감은 압권이다. 핑크가 머무는 LA 호텔은 성채를 연상시키는 긴 복도와 수상한 옆방 손님, 알 수 없는 작은 소음들과 방에 걸린 해변의 여인 그림, 천천히 미끄러지듯 일어나는 벽지 등이 어우러져 주인공은 물론이고 관객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단과 조엘 코엔 형제의 영화는 언제나 그렇듯 극단적 허무로 치닫는다. 등장인물들은 죽기 살기로 돈을 위해 목숨을 걸고 덤비지만 그 누구도 돈을 손에 넣지 못하고 빈털털이로 돌아선다. 그렇기에 돈을 향한 집착이 빚어내는 광기가 때로는 섬뜩할 정도로 무섭고 때로는 어이없는 웃음을 유발한다. '밀러스 크로싱' '파고' '레이디킬러'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등 코엔 형제의 전작들이 대부분 그렇다. 굳이 그 안에서 차이를 둔다면 '레이디 킬러' '위대한 레보스키' '오 형제여 어디있는가'처럼 웃음에 치우친 부류와 '밀러스 크로싱' '파고' 등 스릴러에 무게를 둔 부류가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후자 쪽이다. 이유없는 사이코 패스(하비에르 바르뎀)가 돈다발이 가득 든 가방을 쫓아 연쇄살인을 벌인다..

영화 2008.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