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쿄 마치코 2

우게츠 이야기

세계에 일본 영화를 알린 세 사람으로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를 꼽는다. 이중 미조구치 겐지 감독은 일본 회화적 전통미를 잘 살린 감독으로 꼽힌다. 주로 억압된 여성들의 삶에 초점을 맞춰 그만의 유려한 카메라 테크닉으로 동양적 미를 잘 살렸다는게 그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대표작이 바로 '우게츠 이야기'(1953년)다. 우에다 아키나리의 기담집에 실린 3편의 이야기를 묶은 이 작품은 일본 전국시대 도예공이 귀신과 놀아나는, 한마디로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른다는 우리네 속담같은 얘기다. 얼핏보면 별 것도 아닌 귀신영화일 수 있지만 서양인들은 이 작품에 홀딱 반했다. 앙드레 바쟁은 "리얼리즘의 극치"라고 평했고, 장 뤽 고다르는 이 작품 이후 미조구치..

라쇼몽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유명한 걸작 '라쇼몽'(1950년)은 처음부터 패를 드러내 놓고 시작한다. 폐허가 된 거대한 문(羅生門) 아래에서 요란하게 쏟아지는 비를 피하던 나무꾼이 내뱉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한마디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숲 속에서 발견된 사무라이의 시체. 시체를 발견한 나무꾼, 사무라이의 아내, 사무라이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도둑, 여기에 무당의 입을 빌려 찾아온 사무라이의 영혼까지 네 사람은 같은 사건을 제각기 다르게 설명한다. 문제는 각기 다른 주장이 모두 그럴 법하다는 것. 결국 요란한 말속에 가려진 진실을 찾는 것은 관객의 몫이 된다. 하지만 네 사람의 주장 모두에 참과 거짓이 섞여 있다 보니 진실을 찾기란 결코 간단치 않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이 점 때문에 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