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쿠엔틴 타란티노 17

펄프픽션(4K)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영화 '펄프픽션'(Pulp Fiction, 1994년)은 처음 봤을 때 참으로 놀라운 영화였다. 여러 개의 다양한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한 영화 안에서 펼쳐지지만 결국 유기적으로 맞물려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마치 여러 개의 물줄기가 거대한 강에서 만나는 것처럼 어수선한 이야기들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져 도도한 이야기의 흐름을 빚어낸다. 오랫동안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썼다는 타란티노 감독의 재기가 빛나는 탁월한 수작이다. 영화는 갱단 두목 월레스(빙 라메스 Ving Rhames)와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면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네 일상이 여러 사람과 얽힌 것처럼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삶도 그러하다. 그래서 부하들이 잃어버린 돈가방을 찾아오는 ..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4K)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Inglourious basterds, 2009년)을 만들면서 "독일인은 제2차 세계대전 영화를 죄책감을 갖고 보는데 익숙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족을 방망이로 개 패듯 때려잡고 머리가죽을 벗겨내며 이마에 칼로 하켄 크로이츠를 새기는 잔혹성도 독일인들이 익숙하게 볼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제2차 세계대전 영화 속 독일군은 잔혹한 폭력의 가해자였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독일군들이 처참한 폭력의 희생자가 됐다. 내용은 미군 특공대가 유럽에 침투해 히틀러 암살을 노리는 이야기. '바스터즈'라 불리는 미군 특공대는 '한 만큼 돌려준다'는 모토 아래 잔혹하게 독일군을 죽여 공포에 떨게 한다.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이야기는 2시간 30분이 언제 지나갔는지..

데쓰 프루프(블루레이)

악동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이 만든 '데쓰 프루프'(Death Proof, 2007년)는 과거 동시상영관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전형적인 B급 영화다. 이 작품은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 감독이 만든 '플래닛 테러'와 하나로 묶여서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상영됐다. 미국에서는 두 편이 하나의 작품으로 연속해 동시 상영됐고, 국내에서는 각기 나눠 개봉했다. 참고로, 그라인드 하우스는 동시상영관을 말한다. 지금은 생소하지만 1970~80년대 국내에는 동시상영관 천지였다. 시내 개봉관이 아닌 동네 극장은 모두 동시상영관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중, 고교 시절 시험이 끝나면 학교에서 단체로 '벤허' '머나먼 다리' 등 영화를 보러 갔는데, 그럴 ..

플래닛 테러(블루레이)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 감독의 '플래닛 테러'(Planet Terror, 2007년)는 1970년대 동시 상영관의 추억이 듬뿍 배어있는 작품이다. 초반 등장하는 '마셰티'의 가짜 예고편으로 시작해서 낡은 필름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일부러 집어넣은 소위 '비가 내린다'라고 표현하는 세로 줄무늬, 시시때때로 나타나는 각종 필름 열화현상으로 인한 잡티와 변색, 여기에 '필름 소실' 문구와 함께 영상을 건너뛰는 현상까지 의도적인 눈속임이 가득하다. 과거 동시 상영관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휘파람을 섞은 야유가 난무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소중한 추억이 돼버려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내용은 1970, 80년대 난무했던 전형적인 B급 좀비물이다. 군에서 유출된 생화학 무기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4K 블루레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감독상, 작품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2019년)는 미국 현대사의 충격적인 사건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1969년 8월 9일에 찰리 맨슨 일당이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부인이자 여배우인 샤론 테이트를 잔혹하게 살해한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미국을 떠돌던 찰리 맨슨 일당은 마약에 취해 샤론 테이트와 친구들을 다른 사람으로 오인해 총으로 쏘고 칼로 난도질을 해 죽였다. 당시 샤론 테이트는 임신 8개월이었다. 어려서부터 감옥을 들락거린 찰리 맨슨은 수감 시절 기타를 배워 1967년 출소한 뒤 작곡도 하고 노래도 열심히 불렀다. 그때 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