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크리스 오도넬 3

배트맨 앤 로빈(4K 블루레이)

3편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조엘 슈마허 감독의 '배트맨 앤 로빈'(Batman & Robin, 1997년)은 경박하다.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생일파티처럼 시끄럽고 요란할 뿐 더 이상 고뇌하는 영웅은 보이지 않는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슈마허 감독에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로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했다. 이유는 아이들이 기존 배트맨 시리즈를 보면서 무서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슈마허 감독 역시 여기에 충실해 재미있게만 만들려고 하다보니 온통 장난감같은 특수무기와 알록달록한 세트, 배우들의 의상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덕분에 근 10년 가까이 배트맨 시리즈의 후속작이 나올 수 없게 됐다. 반면 오랜만에 등장한 '배트맨 비긴즈'를 돋보이게 만든 효과도 있다. 처음부터 거두절..

배트맨 포에버(4K 블루레이)

조엘 슈마허 감독이 맡은 배트맨 시리즈 3번째 작품 '배트맨 포에버'(Batman Forever, 1995년)는 팀 버튼이 만든 2편의 전작과 달리 훨씬 밝아졌다. 젊은 층을 잡기 위해 MTV 스타일을 원한 제작사의 의도와 함께 "영화란 재미있고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는 슈마허 감독의 영화관이 크게 작용했다. 그 바람에 영화는 심각한 이야기를 줄이고 볼거리로 승부를 건다. 주요 악당도 2명으로 늘었고 배트모빌도 화려하게 바뀌었으며 배트맨의 단짝 로빈까지 등장한다. 그 바람에 배역진이 호화로워졌다. 1,2편에서 배트맨을 연기한 마이클 키튼에 이어 발 킬머가 무뚝뚝하지만 우직한 배트맨으로 등장했고 크리스 오도넬이 로빈을 연기한다. 악당은 짐 켈리와 토미 리 존스가 맡아 성격파탄적이며 징글징글한 배역을 연기했..

여인의 향기 (블루레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서, 이제는 쓸모없는 존재가 돼버렸다는 자각만큼 사람을 절망시키는 것은 없다. 사고로 장님이 된 퇴역한 육군 중령은 절망의 끝을 봤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그는 자존심 하나로 버텼지만 그마저도 종이장처럼 구겨지자 자살을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와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가족이 아닌 간병인 역할을 하게 된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이다. 집안이 어려운 고등학생도 다를 바 없다. 친구의 못된 장난을 밀고하지 않은 탓에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날릴 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게 절망의 끝에 선 두 사람이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그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이자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 된다. 마틴 브레스트 감독은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