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3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블루레이)

어린 시절에 서부극 보는 재미를 가르쳐 준 두 사람이 있다. 하나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또 다른 하나는 배우 테렌스 힐이다. 둘 다 정통 서부극에서 비켜 선 스파게티 웨스턴 계열이지만 아메리칸 서부극이 줄 수 없는 재미를 줬다. 어린 시절에는 '하이 눈'의 진지함과 '역마차'의 웅장한 구도보다 오로지 무뚝뚝한 사내들의 현란한 총싸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황야의 무법자' 3부작을 통해 서부극이 얼마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장르인지를 알려줬고, 테렌스 힐은 '튜니티' 시리즈를 통해 서부극이 얼마나 웃기고 신나는 장르인지를 가르쳐줬다. 그런 느낌은 나만 가졌던 것은 아니었는지, 이후 미국 서부극들은 구로자와 아키라의 사무라이 영화와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을 마구 섞은 잡..

로스트 코맨드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1980년대 대학가 주변에는 사회과학서점이 꽤 많았다. 그들은 당시 금서로 묶여 있던 책들을 대학가에 공급하는 주요 통로였다. 지금 보면 별 것도 아닌 내용들을 당시 군사독재정권은 불온하다는 이유로 금서로 묶었다. 불온하다는 말은 정권 유지에 도움이 안된다는 소리였다. 그때 읽었던 책 중에 좀 어려웠던 책이 알제리 독립을 위해 몸바쳤던 프란츠 파농의 책들이었다.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 '검은 피부 흰 가면들' '혁명의 사회학' 등 그가 쓴 책들을 비롯해서 '프란츠 파농 연구' 등 그에 대한 연구서들도 내용 이해가 쉽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던 것이, 정신과 의사출신이었던 그는 정치적 독립에 정신분석학적인 인간성 회복을 접목한 탈식민화를 주장했기 때문에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핑크 팬더 (블루레이)

미국의 대중영화감독 블레이크 에드워즈(Blake Edwards)는 즐겁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유쾌한 영화들을 잘 만든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텐' '그레이트 레이스' 등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렇지만, 그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작품은 역시 '핑크 팬더' 시리즈다. 1963년에 처음 등장한 '핑크 팬더'(The Pink Panter)는 80년대까지 무려 8편이 제작된 히트 시리즈. 2000년대 들어 스티브 마틴이 등장하는 리메이크작까지 등장했다. 핑크 팬더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분홍 팬더가 등장하는 영화 초반부 애니메이션과 헨리 맨시니(Henry Mancini)의 음악이다. 더불어 1980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까지 능청스러운 연기로 시리즈 주연을 도맡은 피터 셀러즈(Peter Sellers)를 빼놓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