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킴 베이싱어 4

배트맨(4K 블루레이)

영화 '배트맨' 시리즈의 시작이 됐던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Batman, 1989년)은 기존의 슈퍼영웅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사람들의 상식을 깨뜨렸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슬리피 할로우' 등 어둡고 음침한 이미지의 작품을 즐겨 만들었던 팀 버튼 답게 '배트맨' 역시 우울한 영상으로 가득찬 작품이다. 팀 버튼이 '배트맨'을 어둡게 묘사한 이유는 한 가지, 배트맨을 정상이 아닌 '정신병자'로 봤기 때문이다. 부록에 실린 음성해설을 들어보면 그는 "박쥐 옷을 입고 얼굴에 마스크를 뒤집어 쓰고 다니며 낮과 밤이 다른 이중생활을 하는 사람을 제정신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그에 걸맞는 분위기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아닌게 아니라 영화는 배트맨 뿐만 아니라 그의 뒤를 쫓는 기자, 악당 조우커까지 온통..

LA 컨피덴셜(블루레이)

커티스 핸슨 감독의 'LA 컨피덴셜'(L.A. Confidential, 1997)은 한 편의 잘 만든 추리소설 같다. 1950년대 유행했던 범죄 수사물처럼 미국판 누아르를 지향하는 이 작품은 LA에서 벌어진 일련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다. 용의자에 대한 폭력을 불사하는 거친 형사들의 이야기는 더쉴 해미트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연상케 하게, 팀을 이뤄 사건 해결에 몰두하는 모습은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이야기는 정교한 플롯을 유지하며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은 두 가지, 캐릭터의 개성을 확실하게 살린 캐스팅과 탄탄한 각본이다. 러셀 크로와 가이 피어스, 케빈 스페이시 등 3명의 배우가 확연하게 스타일이 다른 3명의 형사를 맡아 맛..

그루지 매치 (블루레이)

'록키'(http://wolfpack.tistory.com/entry/록키-DE)의 록키 발보아와 '분노의 주먹'(http://wolfpack.tistory.com/entry/분노의-주먹-SE)의 제이크 라모타는 실베스터 스탤론과 로버트 드 니로를 대표하는 캐릭터이다. 그런데 두 배우가 자신들을 유명하게 만든 캐릭터를 제대로 비틀었다. 피터 시걸 감독의 '그루지 매치'(Grudge Match, 2013년)는 록키와 라모타의 권투 대결을 다룬 스포츠 코미디다. 실명 그대로 등장하지 않지만 두 배우의 설정과 장면들은 누가 봐도 록키와 라모타이다. 지난 4월 터키행 비행기에서 처음 봤는데, 큰 웃음이 터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원작을 슬쩍 슬쩍 비튼 장면들이 나름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만큼 원작을 알고 보면..

셀룰러

데이비드 엘리스 감독의 '스릴러'는 뜻하지 않게 발견한 아주 괜찮은 스릴러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거두절미하고 바로 사건이 시작되는 속도감 넘치는 진행과 한 편의 추리 소설을 보는 것처럼 잘 짜맞춘 이야기는 영화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어느날 갑자기 괴한들에게 납치된 여교사가 부서진 전화로 미지의 청년에게 구원을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긴장의 포인트는 전화가 절대 끊겨서는 안된다는 점. 전선을 마찰시켜 전화를 걸었기 때문에 끊기면 동일인에게 다시 걸 방법이 없다. 절대 전화가 끊기면 안되는 상황은 조엘 슈마허 감독의 '폰 부스'를 닮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폰 부스'의 극본을 쓴 래리 코엔이 이 작품의 극본을 썼다. 차이가 있다면 '폰 부스'는 유선 전화, 이 작품은 휴대폰이 소재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