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타키타 요지로 2

비밀 (블루레이)

빙의(憑依)란 다른 영혼이 사람의 육신을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무속에서 귀신들림이라고 말하는 현상으로, 신 내림을 받았다고 하는 무당들한테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다른 영혼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고 빙의를 다중인격의 발현으로 보고 있다. 타키타 요지로 감독의 '비밀'(1999년)은 바로 빙의를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백야행'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용의자 X의 헌신' 등으로 유명한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독특하다. 교통사고로 죽은 아내의 영혼이 하필 고교생인 딸의 몸으로 스며든 것. 졸지에 남편은 아내같은 딸과 부부 생활 아닌 부부 생활을 한다. 대충 짐작이 가듯 이 기묘한 상황은 적당히 애틋하고 어느 정도 에로틱하며 살짝 유머러..

바람의 검 신선조

아사다 지로(浅田次郎)의 글은 얕은 감정에 의존한다. '철도원'도 그렇고 '파이란'의 원작 '러브레터'도 그렇다. 억지로 울리려는 티가 역력하다. 타키타 요지로(滝田洋二郎) 감독의 '바람의 검 신선조'(壬生義士傳, 2003년)의 원작 '미부기시전'도 마찬가지다. 19세기 일본 도쿠가와 막부말 무사집단이었던 신선조의 최후를 그린 이 작품은 가난 때문에 무사 집단 신선조에 가담했다가 사무라이의 의리를 위해 죽어가는 시골 무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는 원작을 충실하게 따른다. 그렇다 보니 한마디로 신파에 가까운 시대극이 돼버렸다. 중반까지 개성 있는 캐릭터와 신선조의 칼부림을 다뤄 제법 볼 만 하나 후반부로 넘어가면 억지로 감동과 눈물을 주려는 의도가 역력해 거부감이 든다. 1.66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