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탕웨이 3

만추 (블루레이)

김태용 감독의 '만추'(2010년)는 탕웨이를 위한, 탕웨이의 의한, 탕웨이의 영화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탕웨이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물론 주연남녀배우가 나눠진 작품의 무게는 똑같지만 영화 속에서 가장 빛난 존재는 단연 탕웨이다. 특히 있는 듯 없는 듯 미묘하게 변하는 탕웨이의 표정 연기는 일품이다. 오죽하면 김 감독이 "탕웨이는 미세한 얼굴 근육을 모두 쓰는 배우"라고 평했다. 김 감독은 "요즘 우리 배우들은 분장이나 튜닝 때문에 얼굴의 미세근육이 사라져 표정연기가 아쉬운데, 탕웨이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거듭 탕웨이의 연기를 칭찬한 것은 이 영화는 대사보다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용은 1966년 이만희 감독의 동명원작과 동일하다. 여죄수가 어머니의 죽음으로 교도소에서 사흘간 ..

무협 (블루레이)

진가신 감독은 액션영화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첨밀밀' '금지옥엽' 등 로맨스물을 주로 만들어서 그런게 아니라 '명장'과 '무협'(2011년) 등 그가 만든 두 편의 액션영화 때문이다. 나름대로 공을 들이긴 했는데 액션영화, 특히 중국 무술영화로서 항상 2% 부족하다. 드라마도 아니고 액션물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로 끝난다는 느낌이다. 우선 드라마투르기의 완성도가 높지 않다. 주인공을 연기한 견자단이 산골마을까지 쫓겨온 사연을 대충 대사로 넘기지만 왠지 석연치 않다. 도대체 견자단과 왕우가 연기한 72파의 관계를 100% 이해하기엔 여러모로 설명이 부족하다. 단순 이탈이 허용안되는 조직이어서 그런지, 주인공만 지닌 특별한 사연인 지 모르겠지만 익명으로 숨어 있다가 72파와 대결을 벌이고 모든 것이 해..

색계 (블루레이)

세상에는 드러내서 아름다운 사랑이 있고, 감추고 지켜봐야 하는 사랑이 있으며, 말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랑도 있다. 이안 감독의 '색계'(Lust, Caution, 2007년)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지독한, 모든 것을 던진 절망적인 사랑이다. 이 작품은 역적을 처단하기 위해 신분을 숨긴 채 잠입한 여자 스파이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미묘하게 흔들리는 이야기다. 그래서 욕망을 뜻하는 '색'(色)과 경계하고 자제할 것을 뜻하는 '계'(戒)가 결합됐다. 이안 감독의 특징은 차분하고 조신하게 감정을 끌어올린다는 것. 마치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오르는게 아니라 한계단 한계단 조심스럽게 밟아 올라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결혼피로연' '음식남녀' '와호장룡' 등 그가 만든 작품들을 보면 화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