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이 세상의 한구석에'(この世界の片隅に, 2016년)는 순정 만화 같은 동글동글한 캐릭터와 옅은 색감의 수채화와 색연필 그림 같은 영상 때문에 무척 평화롭고 안온해 보인다. 그러나 내용은 그렇지 않다.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히로시마에서 쿠레로 시집간 여인이 제2차 세계대전을 올곳이 겪는 내용이다. 여인의 시집이 있는 쿠레는 구레 군항으로 알려진 일본 최대의 군항이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함대의 모항이었고 진주만을 기습한 각종 항공모함부터 야마도, 무사시 등 일본 해군의 자존심 같은 전함들이 모두 이곳에서 발진했다. 그만큼 미군의 표적이 된 것은 당연한 일. 태평양 전쟁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B-29로 대표되는 미군의 집중적인 폭격을 받아 도시가 초토화됐다. 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