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테렌스 하워드 8

프리즈너스 (블루레이)

드니 빌뇌브 감독은 충격적인 내용의 '그을린 사랑'에서 분노와 공포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문화와 종교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이 있어서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는 분노와 공포에 쉽게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보는 사람이 영화 속 등장인물 입장에서 해법을 찾기도 힘들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후속작인 '프리즈너스'(Prisoners, 2013년)에서는 해법을 고르기가 더 힘들어졌다. 미국 동부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오순도순 정답게 살아가던 이웃이 어느날 한꺼번에 아이를 잃어 버린다. 멀쩡하게 잘 뛰어놀던 소녀 둘이 동시에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다. 온 가족은 미친 듯이 아이들을 찾아 헤매지만 흔적 조차 발견하기 힘들었다. 경찰은 유력한 유괴 용의자를 확보했지만 증거가 없어 풀어준다. 잃어버린 ..

크래쉬 (블루레이, 감독판)

공포물이 주는 두려움은 미지의 존재, 즉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다. 나와 다른 형태, 움직임, 소리 등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몰라서 방어기제처럼 공포가 작동해 경보를 울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종 차별도 공포물이나 다름없다. 모르는 것을 무서워하는 공포물처럼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이 배어 있다. 폴 히기스 감독의 '크래쉬'(Crash, 2004년)는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인종 차별 문제를 공포영화처럼 섬뜩하게 다뤘다. 서로에 대한 오해에서 빚어진 사건들이 결국은 미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만들고, 이를 깨뜨릴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인물들의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제작 및 연출, 원안에 공동 각본까지 쓴 폴 히기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미국 사회가 오랜 세월 인종..

아이언맨 (블루레이)

아이언맨과 배트맨은 서로 닮았다. 주인공이 억만장자이고, 무엇보다 초인적인 능력을 부단한 노력과 과학의 산물을 통해 얻었다는 점이 그렇다. 닮았으면서도 다른 점은 배트맨처럼 심각하지 않다는 것. 존재의 정당성과 절대 선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며, 초인이 되는 순간을 마치 오락처럼 즐긴다. 그렇기에 존 파브로 감독의 '아이언맨'(Iron Man, 2008년)은 원작인 마블코믹스 만화처럼 흥겹고 신나게 즐기면 된다. 내용은 천재 과학자이면서 군수 산업으로 떼돈을 번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는 갑옷을 입고 악당들을 물리치는 것. 슈퍼 히어로물 답게 요란한 액션 씬과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해 화려하게 만든 특수효과가 볼 만 하다. 아예 처음부터 시리즈를 작정하고 만든 작품이어서 이..

US Army Ranger 75th Regiment wiht Mk16(SCAR-L)

핫토이에서 최근 내놓은 12인치 액션피겨 'US Army Ranger 75th Regiment with Mk16 (SCAR-L)'은 얼굴이 눈길을 끈다. '브레이브 원' '어웨이크' '어거스트 러쉬' '아이언맨' 등에 출연한 배우 테렌스 하워드의 얼굴을 그대로 닮았다. 여기에 두툼한 모직 재킷, 배낭과 Mk16 (SCAR-L)을 들고 있는 모습이 여타 피겨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Mk16에는 유탄 발사기가 함께 포함돼 있어 탈,부착이 가능하다. 언제나 그렇듯 각종 루즈들의 디테일은 아주 세밀하고 정교하다. 권총은 슬라이드도 뒤로 제껴치고 탄창이 분리된다. Mk16도 마찬가지. 탄창 제거 및 접이식 개머리판이 작동되고 조준경, 손잡이, 소음기 등을 분리할 수 있다. 이외 40미리 유탄, GPS, CIRAS ..

어거스트 러쉬

커스틴 쉐리단 감독의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 2007년)는 참으로 황당한 영화다. 아예 대놓고 코미디물이나 SF를 표방하고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그러려니 할텐데, 굉장히 진지한 척하며 감동을 가장하고 있기 때문에 어이가 없다. 쉐리단 감독은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시작해 음악이 맺어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집착이 만사를 해결하는 요술지팡이가 될 수는 없다. 감독이 음악이라는 매개체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주인공 소년인 어거스트 러쉬(프레디 하이모어)는 모짜르트, 베토벤, 하이든을 모두 섞어놓은 듯한, 거의 음악의 신 뮤즈에 가까운 신동이 돼버렸다. 생전 처음 보는 기타와 파이프 오르간을 수십년 갈고 닦은 전문 연주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