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토니 길로이 2

본 레거시 (블루레이)

로버트 러들럼의 원작 소설 '본' 3부작은 영화로 만들기 힘든 작품이다. 세부 묘사가 뛰어나 마치 사진을 보는 것처럼 눈 앞에 정경이 훤히 떠오르게 만드는 프레드릭 포사이드와 달리 로버트 러들럼이나 이안 플레밍은 그렇게 정교한 작가가 아니다. 그만큼 기본적 플롯 외에 액션은 감독이 메꿔야 한다. 따라서 로버트 러들럼이나 이안 플레밍의 소설은 재능있는 감독에게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감독에게는 재앙일 수 있다. 다행히 '본 아이덴티티'를 만든 더그 라이만 감독이나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훌륭한 액션 연출로 원작 소설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을 들춰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두 감독은 영화를 훌륭하게 재창조했다..

더블 스파이

토니 길로이 감독의 '더블 스파이'(Duplicity, 2009년)는 독특한 스파이물이다. 총격전을 벌이는 정치 스파이가 아닌 기업의 비밀을 훔치는 산업 스파이 이야기다. 줄리아 로버츠와 클라이브 오웬이 기업의 비밀을 훔치는 산업 스파이로 등장한다. 그렇지만 기업의 비밀 뿐 아니라 상대의 마음까지 훔친 두 사람은 '나를 사랑한 스파이'처럼 졸지에 사랑에 빠진 연인이 된다. 서로를 속고 속이는 스파이들의 특성상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등장인물들은 상대 뿐 아니라 관객까지 교묘하게 속인다. 하지만 막판 반전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2시간은 그다지 즐겁지 않다. 시간을 역순으로 엮은 이야기가 스파이물 특유의 긴장감을 반감시켰기 때문. 결정적으로, 스파이로서 줄리아 로버츠의 매력이 떨어진다. 그런 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