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티피 헤드런 2

새(4K 블루레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익숙한 존재에 이만큼 강한 공포감을 불어넣은 영화도 드물다.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영화 '새'(The Birds, 1963년)는 어느날 느닷없이 인간을 공격하는 새떼를 다룬 이야기다. 다프네 드 모리에의 단편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원작처럼 왜 새들이 사람을 공격하는 지 끝까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무섭다. 그저 새들은 거대한 무리를 지어 맹목적으로 인간을 공격하고 온 도시를 뒤덮는다. 새떼가 사람을 습격해 눈을 파먹고, 나무 문을 뚫는 장면은 공포 그 자체다. 이를 위해 히치콕 감독은 다양한 기술을 동원해 공포를 시각화했다. 컴퓨터그래픽이 없던 시절, 히치콕은 순전히 아날로그 기술로 공포를 창조했다. 소듐조명을 이용한 매트프린팅 기법..

마니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마니'(Marnie, 1964년)는 스릴러라기 보다 가슴 아픈 영화다. 어려서 받은 정신적 충격과 마음의 상처 때문에 평생을 위축된 채 살아가는 여인의 이야기다. 히치콕은 이 작품을 가리켜 "섹스 미스테리"라고 칭했다. 성적인 코드가 영화를 지배하기 때문. 야하다는 뜻이 아니라 성에 대해 위축되고 강박관념을 가진 여인이 이 때문에 도벽 등 비뚫어진 이상 심리 증세를 보인다. 여기에는 히치콕 개인의 경험도 관련 있다. 히치콕은 성불구였다. 딸이 있긴 했지만 시나리오 작가 제이 프레슨 앨런에게 고백했듯이 발기불능이어서 성생활이 원활하지 못했다. 그래서 앨런은 히치콕이 이 영화의 주연배우인 티피 헤드런에게 성적인 요구를 했다는 소문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성적 억압보다 정작 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