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파올로 파졸리니 2

메데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프라노'라는 극찬을 들었던 세계적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는 생전에 영화에 주연 배우로 출연한 적이 있다. 그 작품이 바로 거장이자 문제작을 많이 만들어 유명한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의 '메데아'(Medea, 1970년)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비극의 주인공 메데아는 악녀 또는 마녀로 통한다. 콜키스왕국의 공주였던 메데아는 나라의 보물인 황금양털을 가지러 온 이아손에게 반해서 황금양털을 내어준 것도 모자라, 이아손과 달아나면서 동생을 죽여 시신을 찢은 뒤 조각조각 길에 버린다. 추격에 나선 아버지인 왕이 시신을 수습하느라 늦어지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아손은 메데아와 두 아들을 낳고도, 권력에 눈이 멀어 왕좌를 노리고 코린트왕의 딸과 결혼을 약속한다. 이에 격분한 메데아는 마법의 ..

파졸리니 감독의 '데카메론'

중세 이탈리아 작가 지오반니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은 페스트를 피해 시골에 모인 남녀가 매일 밤 돌아가며 100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액자식 소설이다. 그 속에는 세속의 권력을 억누르던 종교에 대한 풍자, 권위와 도덕에 얽매여 솔직하지 못한 남녀의 성과 탐욕에 눈이 멀어 세상을 속이는 욕심많은 사람들을 비꼰 이야기가 가득하다. 2차 세계대전 후 폭풍처럼 몰아친 전후 자본주의를 네오파시즘으로 규정하고 이에 항거하는 영화를 만들었던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에게 이만큼 좋은 소재는 없다. 그가 원작에서 몇 편의 이야기를 추려 만든 '데카메론'(il Decameron, 1971년)은 소설처럼 에둘러가는 은유없이 누구나 알기 쉽게 직설적으로 재미있게 만들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그렇듯이 성기 노출을 마다 않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