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패러디 4

라스트 액션 히어로(4K)

존 맥티어난(John McTiernan) 감독의 '마지막 액션 히어로'(Last Action Hero, 1993년)는 후디니의 마술처럼 신비한 액션극이다. 영화 속 영화라는 액자소설식 구성을 갖추고 있는 이 작품은 영화를 좋아하는 주인공 소년이 극장에서 좋아하는 액션 영화 시리즈를 보던 중 영화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소년은 그토록 동경해 마지않던 액션 영화 속 주인공 잭 슬레이터(아널드 슈워제네거 Arnold Schwarzenegger)와 함께 악당을 물리치다가 다시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 함께 스크린 밖으로 튕겨져 나오게 된다. 이제는 현실이 영화가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언젠가 세상이 영화가 될 것이라는 철학자 질 들뢰즈의 말을 형상화한 듯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묘미는 이렇게 영화와 현실이..

그루지 매치 (블루레이)

'록키'(http://wolfpack.tistory.com/entry/록키-DE)의 록키 발보아와 '분노의 주먹'(http://wolfpack.tistory.com/entry/분노의-주먹-SE)의 제이크 라모타는 실베스터 스탤론과 로버트 드 니로를 대표하는 캐릭터이다. 그런데 두 배우가 자신들을 유명하게 만든 캐릭터를 제대로 비틀었다. 피터 시걸 감독의 '그루지 매치'(Grudge Match, 2013년)는 록키와 라모타의 권투 대결을 다룬 스포츠 코미디다. 실명 그대로 등장하지 않지만 두 배우의 설정과 장면들은 누가 봐도 록키와 라모타이다. 지난 4월 터키행 비행기에서 처음 봤는데, 큰 웃음이 터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원작을 슬쩍 슬쩍 비튼 장면들이 나름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만큼 원작을 알고 보면..

슈렉 포에버 (블루레이)

'슈렉' 시리즈가 나온 지 어느 덧 10년이 됐다. 2001년 못난이 초록색 괴물이 등장해 큰 웃음을 선사한 지 근 10년 만에 등장한 마이크 미첼 감독의 '슈렉 포에버'(Shrek Forever After, 2010년)는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못난이 괴물이 못난이 공주와 행복한 가정을 꾸려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중 못된 마법사의 꾐에 빠져 모든 것을 잃고 모험을 벌이게 되는 내용이다. 전작들이 기존의 상식을 비틀고 뒤집는 패러디와 반전에 의존했다면 이번 작품은 전혀 다른 권선징악의 단선적 구도를 채택했다. 사실 패러디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길어지면 불리하다. '못말리는...' 시리즈처럼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 그런 점에서 제작진의 선택은 영리하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는 진부해 보일 수 있지만 기존 시리즈..

몬티 파이튼의 성배 (블루레이)

테리 길리엄과 테리 존스 감독의 '몬티 파이튼의 성배'(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1975년)는 황당 무계한 상황으로 웃음을 터뜨리는 패러디 코미디물이다. 당시로서는 말도 안되는 기발한 상황을 설정해 웃음을 터뜨리며 걸작 코미디로 칭송받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사실상 '총알 탄 사나이' 같은 패러디 코미디의 원조로 꼽히는 작품인 만큼, '총알 탄 사나이'류를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그런 류의 영화를 싫어하면 오히려 말도 안되는 싸구려 영화로 보일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은 영국 아더왕의 전설을 이용해 원탁의 기사들이 성배를 찾아 떠난 모험담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아더왕 전설과 아주 아주 많이 다르다. 말도 없이 말타는 흉내를 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