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폴 토마스 앤더슨 5

팬텀 스레드: 블루레이

맹목(盲目)적인 사랑. 열렬한 사랑에 빠지면 눈을 가린 말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사방팔방 질주하게 만든다. 그 결과는 누군가 다치게 할 만큼 위험할 수 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 2017년)는 맹목적인 사랑을 이야기한다. 1950년대 상류층 여인들을 위한 고급 수제 의상실을 운영하는 유명 디자이너와 그를 위해 모델로 일하는 여성의 위험하면서도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한 디자이너의 열정은 온통 그가 만드는 드레스에 꽂혀 있다. 모든 것이 옷에 집중되다 보니 가까운 여인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죽을 정도로 아픈 순간을 넘기고 나서 곁에 남은 여인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조차도 착각이다. 반면 여인은 남자의 모든 것을 올곧이 가..

펀치 드렁크 러브(블루레이)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중에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 2002년)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싸이키델릭한 영상, 신경을 자극하는 음악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감독은 이 작품으로 2002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코미디언으로만 인식했던 아담 샌들러를 다시 보게 만든 영화다. 아담 샌들러가 연기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독특하다. 그는 자신을 놀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분노조절 장애와 공짜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그런 성향들이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벽을 만든다. 특히 여자 친구를 사귀는데 장애가 된다. 오죽했으면 주인공은 외로움을 달래고자 폰섹스 서비스에 전화를 건다. 그런..

인히어런트 바이스(블루레이)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다. '펀치 드렁크 러브'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등 그가 만든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인물의 내면에 천착한다. 그 사람이 왜 저런 행동을 했으며 왜 저렇게 변했을까라는 드러나지 않는 면을 강조하다보니 이야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범상치 않은 사람들의 특별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 관심을 끌지만 대부분 흥행에서 기대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인히어런트 바이스'(Inherent Vice, 2014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미국에서 극장 개봉했지만 흥행에 실패하는 바람에 국내에서는 아예 극장 상영을 해보지도 못하고 바로 부가판권 시장인 인터넷TV로 직행했다. 내용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국 사립탐정 ..

데어 윌 비 블러드(블루레이)

대학시절 읽었던 업톤 싱클레어의 소설 '정글'은 대단히 재미있으면서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1900년대 초반 미국 시카고의 가축 도축장 풍경을 마치 눈 앞에 펼쳐 놓는 듯 생생하게 묘사한 다큐멘터리 같은 소설이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것이, 열악하고 고된 작업 환경 속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고기 분쇄기에 떨어져 소시지가 되는 장면이었다. 항상 사회고발적인 작품을 썼던 싱클레어는 글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글의 힘을 믿었다. 실제로 그가 쓴 '정글'은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미국에서 식품의약품위생법 및 육류검역법을 만드는 단초가 됐다. 지금도 손꼽히는 명작인 이 소설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 2007년)는 바로 업..

프레리 홈 컴패니언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이단아로 꼽히던 로버트 알트만 감독은 그만의 연출 스타일이 있다. 여러 배우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연기의 합을 이루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식이다. 앙상블영화로 불리던 알트만 스타일을 고집했던 이유는 "한 장소에 인간들을 몰아넣고 기다리면 저절이 상황이 벌어진다"고 믿었기 때문. 이 같은 그의 스타일을 확연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유작인 '프레리 홈 컴패니언'(A Prairie Home Companion, 2006년)이다. 심장 이식수술을 받고 81세라는 고령에 이 작품을 만든 알트만은 그해 11월 암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이 영화는 실제 진행 중인 라디오 생방송을 소재로 삼았다. 극중 진행자로 나오는 게리슨 케일러가 1974년 테네시주 내쉬빌에서 시작한 동명의 라디오쇼는 4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