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프랑소와 오종 11

영 앤 뷰티풀 (블루레이)

언제나 발칙하고 도발적인 소재로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프랑소와 오종 감독이 이번에는 10대 소녀의 성매매를 들고 돌아왔다. 그가 만든 '영 앤 뷰티풀'(Jeune et jolie, 2013년)은 원조 교제에 빠진 여고생이야기다. 문제는 여주인공이 뚜렷한 이유없이 원조 교제에 나섰다는 점이다. 주인공 이사벨(마린 백트)은 같은 또래 남학생들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가 끌리는 남자들은 아버지뻘도 더 되는 나이든 남성들이다. 그들과 성매매를 하며 그는 돈을 모은다. 집안이 가난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돈을 모아서 무엇을 하고 싶다는 목적도 없다. 그만큼 이사벨의 맹목적인 성매매는 보는 이를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우며 불편하게 만든다. 굳이 답을 찾는다면 극 중 흘러 나오는 대사에 있다. "일탈을 꿈꾸는..

인 더 하우스 (블루레이)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영화들은 언제나 허를 찌르는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인 더 하우스'(Dans la maison, 2012년)도 예외가 아니다.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희곡 '마지막 줄에 앉은 소년'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문학교사와 제자간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교사가 제자의 글에 빠져 들면서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며 빚어지는 일들이 묘한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오종 감독 답게 이 작품에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금기시된 욕망들이 얼굴을 내민다. 원작의 제목이 말해주듯 교실 맨 뒤에 앉아 급우들을 살피는 소년은 급기야 자신이 점찍은 가족의 내면으로 파고든다. 소년은 단순히 관찰자 시선을 벗어나 그들을 통제하려 하고 친구의 어머니에게 금기시된 욕망을 표출한다. 오종은 여기..

프랑소와 오종 단편집

예전 알토미디어에서 나온 '프랑소와 오종 컬렉션' DVD에 포함된 '프랑소와 오종 단편집'(Short Films of Francois Ozon)은 5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수록작은 '진실 혹은 대담'(Truth or Dare, 1994년), '어떤 죽음'(Little Death, 1995년), '썸머 드레스'(A Summer Dress, 1996년), '베드씬'(Bed Scene, 1998년), '엑스2000'(X2000, 1998년) 등이다. 이 작품들은 성에 대해 당혹스러울 정도로 개방적인 오종 감독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왕게임을 연상케 하는 10대들의 놀이와 게이 및 레즈비언 커플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그 내용이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고 담대해 보는 이에게 충격을 주며 ..

사랑의 추억

때로는 추억이 잔인한 흉기가 될 수 있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영화 '사랑의 추억'(Under The Sand, 2000년)은 지나간 추억 때문에 상처받고 괴로워 하는 여인의 이야기다. 어느 중년 부부가 휴가를 떠난 바닷가에서 남편이 홀연이 사라진다. 아내는 남편이 돌아올 것을 굳게 믿고 그와의 추억을 곱씹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난 진실은 오히려 아내에게 아픈 상처가 되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망자가 남긴 추억들이 잔인한 사랑의 흔적이 된 셈이다. 이 작품에서는 오종 감독 특유의 전매 특허인 동성애, 변태성욕이나 양성애 등 파격적인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오종 감독 특유의 파격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오종 감독이 파격적인 이야기와 영상만 추구..

워터 드랍스 온 버닝 락

유럽 감독들이 흔히 그렇듯 프랑소와 오종 감독도 성에 대해 자유로운 시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동성애, 변태성욕, 양성애 등 다양한 성적 표현들이 그의 영화에 등장한다. '워터 드랍스 온 버닝 락'(Water Drops On Burning Rocks, 2000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50대 남성이 20대 청년을 유혹해 함께 사는 게이 커플 이야기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한 사랑으로 맺어졌는 지는 의문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세계에 맞출 것을 고집하는 중년 남성과 양성애를 즐기는 청년 등 삶의 모습들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두 남성 연인만 놓고 보면 이 작품은 퀴어영화지만 두 여성이 끼어들면서 영화는 양성애로 변질된다. 오종 감독은 스스로 자신의 작품들을 "양성애 영화'라고 언급했다. 동성애와 이성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