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프랑스영화 2

라빠르망

질 미무니 감독의 '라 빠르망'(L'Appartement, 1996년)은 여러 사람의 운명을 농락한 팜므 파탈의 이야기다. 한 남자에 대한 집착과 사랑이 여러 사람의 운명을 뒤바꿔 놓으며 인생을 파멸로 몰고 가는 과정은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용납하기 힘들만큼 파괴적이다. 영화는 운명에 농락당하는 남자와 이를 조종하는 여자의 각기 다른 시점에서 진행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의 피상적인 이야기가 흐르고 나면, 복기하듯 여자의 무서운 음모가 드러난다. 이 과정이 꽤나 치밀하게 그려져 흥미진진하다. 그만큼 미무니 감독의 탄탄한 대본과 절제된 연출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화장품, 거울과 구두 등 소품을 이용해 등장인물들의 운명을 암시적으로 나타낸 은유적 구성이 훌륭하다. 여기에는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

팡팡

1980년대 초반, 당시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던 해외 여배우 3인방은 소피 마르소, 브룩 쉴즈, 피비 케이츠였다. 그들의 활짝 웃는 모습이 들어간 연습장이나 책받침, 코팅 사진 등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이 중에서 소피 마르소는 1980년 청춘물인 '라 붐'의 주연으로 화려하게 등장하며 전세계 주목을 받았다. 이후 '라붐2'에서도 주연을 맡았고, 할리우드 영화인 '브레이브 하트'와 '007 언리미티드' 등에도 출연했다. 한창 때 풋풋하고 싱그러웠던 그도 1966년생이니 내일 모레면 50이다. 그 뿐만 아니라 그를 좋아했던 사람들의 청춘도 흘러간 셈이다. 알렉산드르 자르뎅 감독의 '팡팡'(Fanfan, 1993년)은 한창 만개한 나이인 20대 시절의 소피 마르소를 볼 수 있는 영화다. 내용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