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프랜시스 맥도먼드 4

블러드 심플(블루레이)

특이한 소재의 영화를 잘 만드는 코엔 형제는 출발부터 독특했다. 조엘(Joel Coen)과 에단 코엔(Ethan Coen) 형제의 장편 데뷔작인 '블러드 심플'(Blood Simple, 1984년)은 인간의 욕망과 오해가 빚는 핏빛 드라마다. 아내 애비(프랜시스 맥도먼드 Frances McDormand)가 부정을 저지른다고 의심한 남편 마티(댄 헤다야 Dan Hedaya)는 사립탐정 비저(M. 에멧 월쉬 M. Emmet Walsh)를 고용해 뒤를 캔다. 이 과정에서 탐정 비저는 술집을 운영하는 남편 마티의 돈을 탐내 가짜 증거로 그를 위험에 빠트리고 돈을 가로챈다. 아내 애비와 불륜 관계인 술집 종업원 레이(존 게츠 John Getz)는 마티를 위험에 빠트린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애비로 오해한다. 그 바..

쓰리 빌보드(블루레이)

1991년 5월 14일, 미국의 텍사스 비더에서 한 여인의 시체가 발견됐다. 나이는 34세, 두 딸의 엄마인 캐시 페이지였다. 마치 사고가 난 것처럼 보이는 자동차 속에서 발견된 캐시의 죽음은 의문 투성이었다. 안전벨트를 하지도 않았고 몸에 상처도 없었으며 겉에 입은 옷에 피도 전혀 묻지 않았다. 또 외출을 한 여인이 화장도 하지 않았고 장신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캐시는 코가 부러진 상태였으며 속옷과 피부에서 혈흔이 발견됐다. 검시 결과 캐시는 죽기 전에 성관계를 한 흔적이 발견됐다. 흔적 분석을 통해 드러난 특이 사항은 상대 남성이 정관 수술을 받은 점이었다. 경찰은 캐시가 다른 곳에서 살해된 것으로 보고 남편 스티브를 의심했다. 그는 캐시가 죽기 몇 달 전에 정관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스티브는 ..

아리조나 유괴사건 (블루레이)

1984년 '블러드 심플'로 데뷔한 코엔 형제의 영화는 언제나 특이한 소재로 허를 찌르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의 두 번째 작품 '아리조나 유괴사건'(Raising Arizona, 1987년)도 마찬가지. 아기를 낳지 못하는 부부가 아이가 많은 집에서 아기를 유괴해 키우는 이야기다. 부부의 조합도 특이하다. 어수룩한 전과자가 남편(니콜라스 케이지)이고, 전직 경찰이 부인(홀리 헌터)이다. 여기에 탈옥한 남편의 친구가 찾아오고 수류탄으로 무장한 현상금 사냥꾼이 아기를 잃은 부모를 대신해 추적에 나서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언뜻보면 무시무시하고 심각할 것 같지만 내용은 요절복통 코미디로 흐른다. 아기를 유괴하는 과정이나 아기를 위해 강도짓을 할 때, 탈옥한 죄수 및 현상금 사냥꾼과 싸울 때도 뜻하지 않은..

파고 (블루레이)

코엔 형제의 '파고'(Fargo, 1996년)는 여름에 보면 더 좋은 걸작이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이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면서, 얽히고 설키는 범죄 사기극이 손에 땀을 쥐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대뜸 '실화'라는 자막으로 겁을 준다. 하지만 이 또한 사기극이다. 사실은 모두 코엔 형제가 지어낸 이야기이기 때문. 코엔 형제는 "어차피 영화 자체가 허구아니냐"는 대답으로 뻔뻔한 사기극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과연 코엔 형제답다. 이 작품은 돈을 탐낸 소심한 사내의 어처구니없는 사기극이 피비린내나는 비극으로 막을 내리는 내용이다. 절묘하게 아귀가 맞아 떨어지며 감탄을 자아내는 이야기는 코엔 형제의 탄탄한 시나리오 덕분이다. 여기에 개성파 배우들의 맛깔스런 연기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언제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