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피터 폰다 3

이지라이더 (4K 블루레이)

미국 유명배우 데니스 호퍼가 2010년 5월 29일, 전립선암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 1936년생으로, 74세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지옥의 묵시록' '블루벨벳'의 개성 강한 조역으로 남아 있으나, 그의 생애 최고작은 제작, 감독, 각본, 주역 등 1인 4역을 한 '이지라이더'(Easy Rider, 1969년)이다. 그는 피터 폰다와 함께 만든 반항적인 이 작품으로 칸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1960년대 미국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기수가 됐다. 이 영화는 오토바이를 타고 떠도는 두 명의 젊은이들을 통해 그때까지 부와 번영의 상징으로 탄탄한 반석을 다진 미국이 과연 건강한 국가인지 심각한 의문을 던졌다. 여전히 남성우월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시각이 팽배한 보수적인 사회분위기 속에 방랑..

캐논볼

학창 시절에 유명한 스타들의 얼굴이 잔뜩 박혀있는 '캐논볼' (The Cannonball Run, 1981년) 포스터를 보고 꽤 기대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인기있던 성룡을 비롯해 버트 레이놀즈, 딘 마틴 등 유명 스타들이 줄줄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봉 당시 보지 못하고 훗날 비디오테이프로 빌려 본 영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마치 유명한 사람들이 잔뜩 나오지만 정작 재미는 떨어지는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 같았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의 스타시스템과 홍콩 자본이 만나 철저하게 기획된 영화다. 할리우드의 스턴트맨 출신인 할 니드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실제 캐논볼 레이스를 기획한 브록 예이츠가 대본을 썼으며, 쿵푸 영화로 재미를 본 홍콩의 골든하베스트 사장인 레이몬드 초가 돈을 댔다. 내용은 오하이..

3: 10 투 유마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3: 10 투 유마'(3: 10 to Yuma, 2007년)는 특유의 비장미가 물씬 풍기는 잘 다듬어진 서부극이다. 3시 10분까지 유마로 죄수를 호송해야 하는 임무를 띤 주인공의 외로운 싸움을 다룬 이 작품은 정의의 사나이가 모든 것을 거머쥔다는 미국식 서부극보다는 허무한 폭력과 싸움의 처절한 뒤 끝을 강조한 점에서 스파게티 웨스턴에 가깝다. 엘모어 레너드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무엇보다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탁월하다.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서 마지막 희망으로 죄수 호송을 선택한 주인공, 선과 악을 넘나들며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악당,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악당에 대한 동경이 교차하는 아들 등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선을 정교하게 그려내 보는 이를 끌어들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