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픽사 20

루카(블루레이)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애니메이션 '루카'(Luca, 2021년)는 보고 나면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다. 감독이 나고 자란 이탈리아의 친퀘테레 풍경을 어찌나 아름답게 묘사했는지 보고 있으면 가슴이 설렌다. 바닷가 언덕을 따라 형형색색으로 늘어선 집들과 지중해의 햇살을 머금고 있는 투명한 물빛, 바람에 흔들리는 빨래까지 친퀘테레의 아름다운 풍광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자갈이 깔린 해변과 물, 하늘거리는 풀 등을 보면 그림 같지 않고 실제 같다. 여기에 자연스러운 색감까지 더해져 컴퓨터 그래픽인데도 마치 손으로 그린 그림 같다. 이런 느낌은 일본 산세를 배경으로 잘 살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같다. 아닌 게 아니라 카사로사 감독은 어려서 좋아한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다...

토이 스토리4(블루레이)

장난감들이 사람처럼 살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벌써 4편이 등장했다. 조시 쿨리 감독의 '토이 스토리 4'(Toy Story 4, 2019년)는 전작들과 많이 달라졌다. 이전 시리즈는 카우보이 보안관 우디와 우주 비행사 버즈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이번 작품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듯 여성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전작에서 그저 방 한 켠을 조용히 지키며 우디를 응원하던 도자기 인형 보 핍이 여전사가 돼서 전면에 나선다. 그는 연파란색 드레스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양치는 막대를 무기처럼 휘두르며 악당들과 싸운다. 어찌 보면 보 핍의 모험담이라고 할 만큼 그의 비중이 올라갔다. 보 핍은 이제야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를 찾았다는 듯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며 우디를 돕는다. 심지어 악역을 맡..

픽사 단편 3 (블루레이)

디즈니에서 내놓은 '픽사 단편 3'(Pixar Short Films Collection 3, 2018년)는 이름처럼 픽사 스튜디오에서 만든 11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모아놓은 타이틀이다.그동안 1,2편이 나왔고 지난해 3번째 모음집이 나왔다. 픽사는 손그림이 아닌 컴퓨터 그래픽을 적극 활용하기 때문에 해를 거듭할수록 기술이 발달해 예전 1, 2편에 비해 그림이 훨씬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바뀌었다.무엇보다 곡선의 표현과 캐릭터 움직임이 초기 '토이 스토리'와 비교해 보면 아주 부드럽다. 색상도 빛에 따라 서서히 변하는 그러데이션 표현이 아주 자연스럽다.덕분에 11편의 단편들은 어느 하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그래픽이 뛰어나다. 새삼 픽사의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과 스토리 텔링의 우수함을 느낄 수 있다.각 ..

벅스 라이프(블루레이)

지금은 디즈니와 합친 픽사 스튜디오는 컴퓨터 그래픽의 예술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그 시작이 '토이 스토리'였다. 픽사를 만든 존 라세터 감독의 토이스토리는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즉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을 수 있는 분야인지를 실증한 작품이다. 그리고 전작의 콤비인 존 라세터와 앤드류 스탠톤이 공동 감독한 '벅스 라이프'(A Bug's Life, 1998년)는 토이 스토리의 성공이 어쩌다 우연히 터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 두 번째 작품이다. 벅스 라이프는 곤충들의 세계를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했다. 못된 메뚜기떼에게 조공을 받치며 살아가던 개미들이 메뚜기들의 학정을 견디다 못해 외부에서 일종의 용병 같은 다른 곤충들의 힘을 빌려 자유를 찾는 내용이다. 이..

코코 (블루레이)

리 언크리치 감독의 애니메이션 '코코'(Coco, 2017년)는 디즈니 작품 치고는 독특하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산 자와 죽은 자들의 세계를 다뤘다. 보통 사후세계라면 어둡고 음산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십상인데, 이 작품이 다룬 사후세계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다. 오히려 생활고에 찌든 산 자들의 세계보다 먹고 살 걱정이 없어 그런지 더 화사하다. 사후세계를 이렇게 묘사한 것은 멕시코의 전통 풍습에 기인한다. 이 작품은 멕시코의 전통인 '죽은 자들의 날'에서 소재를 빌려왔다. 죽은 자들의 날은 매년 10월 31일에서 11월 2일까지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추모하는 멕시코의 명절이다. 이 기간에 사람들은 묘지를 찾아가 꽃과 등불로 장식을 한 채 음식을 먹으며 죽은 사람들을 추억한다. 멕시코 사람들은 이때..